지하철 렌즈
좀비는 얼핏 미소 짓는가
광선이 스치고
흔들리고 오고 가고
사라지고 나타나고
렌즈를 끼고 바라본
비틀거리는 저편 출구
터널에 머물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지 않으려고
무표정 행렬에 빨려들지 않겠어
잿더미가 되는 하루는 싫어
렌즈는 희미한 거울
정거장을 잃고 미로를 헤맨다
흘러가는 지하철 한 칸
빈틈없이 돌고 도는 기계의 삶 복판
머리끝은 쭈뼛 서지만
눈을 감고 잠시 읊조려봐
난 사라지지 않았고
지금 여기에 숨 쉬고 있다고
살아있음에 깨어 있으려면
렌즈 따윈 내다 버리라고
여긴 내 세상이라고
종착지에 오면 난 일어설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