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김민기
너의 세계가 한 번은 부서지는 것이 좋아.
사춘기엔 군인이 대통령이었어.
조금 눈치가 빠르다 해도
태극기와 반공의
거대한 물줄기에서 벗어나면 죽는 줄 알았지
지켜야 할 내 세계는
하지만 고등학교부터 김민기를 듣고
아버지에게서 5.18을 듣고
노권철폐 구호와 최루탄 속에서 침묵속에
촛불을 켜고 밥을 먹던 우리 가족을 보며
부서지고 새로 열리고 있었지
지켜야 할 내 세계는
세계사를 한 장 한 장 읽을수록
조금 더 빨리 많이 가지던 제국들의 욕심은
모든 고통의 원인이자 풀어야 할 열쇠로 보였지
난 제국의 신민이 아니었기에 자유는 극한으로
비판은 입에 익힌 모국어였지
하지만 제국의 풍요로움과 익숙한 삶은
또 부서지고 새로 열어냈지 결국
지켜야 할 내 세계는
아무것도 아무도 아무 일도 영원하지 않고
제행무상의 고고한 순리는 모든 것을
순하게 이치 시킬 거라 믿는 그 세계도
기어이 그 세계를 맞서는 찰나의 번뜩이는
운명들 앞에서 무너졌지
지켜야 할 내 세계는
없었어.
글의 틀과
말의 줄을 엮어 나를 올려두고
흔들어대는 사람들마다
그들의 세계를 부수지 못해, 안 해, 갇힌...
바뀌는 계절을 불편해하는 사람들.
아이들을 보면서
매번 부서지는 태양계가 단지
가속팽창으로 식을지
감속팽창으로 윤회할지
모르지만
오늘의 예수는
오늘의
지옥을 껴안으며 걸어 사랑하라... 하며.
금관의 예수는
썩은 피만 흐르는 여름을
김민기와 학전에서 막거리 잔을 기울이며
아미들을 칭찬하며.
지켜야 할 세계는 늘 부서지니
그 안에서 부서지지 말고
걷자. 낯선 이를 반기며.
아 짧은
우주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