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미토스 사태
* 본 글은 클로드 미토스 사태 관련 언론사 인터뷰를 위해 정리한 내용을, 온라인카지노용으로 재정리한 내용입니다. 인용시 출처 명기 부탁드립니다.
"너무 위험해서 일반 공개는 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선별한 40여 곳에는 먼저 드리겠다."
몇 번 다시 읽어도 이상한 문장이다. 위험하면 막는 게 자연스럽다. 그런데 AI 스타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이 2026년 4월 7일 자사 최신 모델 '미토스(Mythos)'를 공개하며 꺼낸 말은 정반대였다. "위험하니 우리가 고른 사람에게만 빌려주겠다." 최근 AI 업계를 뒤흔든 '미토스 논란'의 출발이다.
미토스의 능력은 실제로 놀라웠다. 27년 동안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OpenBSD의 보안 결함을 단숨에 찾아냈고, 파이어폭스에서만 익스플로잇(공격 코드)을 181개 발견했다. 네 개의 취약점을 엮어 복잡한 소프트웨어에 자율적으로 침투하는 실험까지 성공했다. 앤트로픽은 '프로젝트 글래스윙(Glasswing)'이라는 이름으로 아마존웹서비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JP모건, 미국 국가안보국(NSA)을 포함한 40여 기관에만 미토스를 먼저 제공했다. 1억 달러 규모의 사용 크레딧도 함께 안겼다.
일주일 뒤, 오픈AI(OpenAI)는 GPT-5.4 사이버(Cyber)를 내놓았다. 바이너리 역공학까지 공식 기능으로 열었다. 앤트로픽이 내민 초대장에 경쟁사가 그대로 응수한 셈이다.
이 기묘한 풍경의 핵심은 무엇일까. 드론이나 미사일을 만든 게 아니다. 코드를 분석하는 AI를 만들었을 뿐이다. 허나 그 AI는 이미 사이버 무기다. 취약점을 찾는 능력과 공격에 쓰는 능력이 사실상 같은 능력이기 때문이다. 앤트로픽 스스로 "사이버 공격 능력은 특별한 훈련 없이 일반 성능 향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출현했다"고 인정했다. 코딩 잘하는 AI를 만들면, 그 안에 해킹 능력이 공짜로 따라온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이런 능력을 누가 쥘 것인가. 대놓고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앤트로픽과 오픈AI의 행보를 보면 마치 이렇게 답하는 것만 같다. "우리가 쥔다. 그리고 우리가 고른 사람에게만 빌려준다."
미국의 군사전략가 폴 셔리가 경고한 '빅테크 무기상'의 풍경이 바로 이것이다. 민간기업이 국가 안보의 핵심 자산을 만들고, 그 배분 권한을 기업 내부에서 결정한다. 2026년 2월, 트럼프 행정부는 국방부 계약에서 자율무기 사용 제한과 대규모 국내 감시 금지 조항을 고집한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하는 초강수를 두었다. 미국 기업에 이 딱지가 붙은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앤트로픽은 곧바로 소송으로 맞섰다. 3월 샌프란시스코 연방지법은 행정부 조치를 "오웰적(Orwellian)"이라 표현하며 앤트로픽의 손을 들어주었다. 허나 4월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은 "국가 안보 조달의 관리를 법원이 떠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정반대로 국방부 편에 섰고, 본안 소송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결과가 어느 쪽이 되든 이 장면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국가 안보 자산의 배분 조건을 두고 정부와 민간기업이 법정에서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도 자체가 이전에는 본 적 없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드는 의심하나. 이 모든 연출이 혹시 잘 기획된 마케팅은 아닐까?
완전히 틀린 의심은 아니다.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경쟁사를 두고 "우리가 폭탄을 만들었으니 우리 방공호를 사라는 식의 공포 마케팅"이라고 직격한 바 있다. 이 발언에는 업계 내부의 오랜 불만이 깔려 있다. 앤트로픽은 원래 오픈AI 출신인 아모데이 남매(다리오·다니엘라)가 '더 안전한 AI'를 명분으로 갈라져 나와 2021년에 세운 회사다. 창업 이래 그들은 AI의 파국적 위험을 경고하는 에세이와 안전성 연구 보고서를 꾸준히 발표해왔고, '바카라임감 있는 AI 기업'이라는 정체성을 브랜드의 전면에 내세워왔다.
경쟁사들이 꼬집는 것은 이 서사가 반복되는 구조다. 먼저 "우리 모델은 대단히 위험하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보낸다. 그 위험성 때문에 일반 공개하지 않는다며 희소성을 만든다. 그 희소한 모델은 엘리트 기업과 정부에 프리미엄 가격으로 제공된다. 동시에 규제 당국에는 "이 정도로 위험한 기술은 강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진입 장벽을 높여달라고 요청한다. 위험 서사가 브랜드·희소성·가격·규제 해자(垓子)를 한꺼번에 만들어내는 구조인 셈이다. 올트먼이 '방공호 마케팅'이라 부른 것은 바로 이 패턴이다. 앤트로픽이 정말로 위험한 기술을 제어해서 선별 배포하는 것인지, 아니면 '선별 배포'라는 행위 자체가 마케팅 장치인지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 시각에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도 있다. 컨설팅사 베인앤컴퍼니는 더 근본적인 사실을 짚었다. "사이버 사고 대부분은 미토스가 찾은 복잡한 결함 때문이 아니다. 이미 알려진 취약점을 수십 년간 방치한 관리 부실 때문이다. AI는 그 민낯을 빛의 속도로 드러냈을 뿐이다." 조지아공대의 피터 스와이어 교수는 "동료 보안학자들 상당수가 미토스의 발표를 '대단히 드라마틱한 PR 성공'으로 본다"고 전한다. 기술 자체가 허구는 아니다. 허나 그 위험을 어떻게 포장할지, 누구에게 접근권을 줄지 결정하는 권한은 분명 앤트로픽 내부에 있다.
특히나 한국의 입장에서는 더 서늘한 대목이 있다. 미토스의 초대장 40장 가운데 한국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 미국 NSA는 있다. 허나 우리 국가정보원도, 사이버작전사령부도 없다. 한국의 전력망과 금융망이 미토스가 찾아낸 '패치되지 않은 취약점'에 노출된 순간, 우리는 외국 빅테크의 판단과 미국 수출통제 정바카라에 방어를 맡겨야 한다. 2026년 2월 앤트로픽이 공급망 위험 기업으로 지정됐던 사례는, 우방의 AI 기술도 언제든 외교 카드가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정부가 이미 추진 중인 국가 AI 컴퓨팅센터와 GPU 확보, 다섯 개 국가대표 AI 컨소시엄, 2026년 1월 발효된 AI 기본법은 바로 이 맥락에서 시의적절한 조치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을 금융·에너지·국방 인프라의 취약점 점검에 직접 투입하는 것. 국가 AI 컴퓨팅센터를 유사시 우선 접속이 보장되는 전략 자원으로 설계하는 것. 한국형 '프로젝트 글래스윙'을 구축해 국내 AI 기업이 핵심 기간망 방어의 파트너가 되도록 하는 것. 소버린 AI는 이제 산업 정바카라인 동시에 안보 정바카라이다.
그런데 미토스 사태를 보며 가장 서늘하게 느낀 부분은 따로 있다.
40개 조직에만 들어가는 초대장. 바로 그 풍경이다.
여기서 많은 이들이 얘기하는 AI의 미래에 관한 비관적 시나리오를 보자. 앞으로 인공지능은 두 세계로 갈라질 가능성이 크다. 최고 성능의 프런티어 모델은 극소수 빅테크와 그들이 '초대한' 정부·기업·연구소가 독점한다. 나머지 대다수 시민은 적당히 다듬어진 일반 모델을 쓰며 살아간다. 누군가는 거기에 기본소득(UBI)이라는 안전망까지 얹어 주면 사람들이 큰 불만 없이 '무난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샘 올트먼을 비롯한 AI 거물들이 UBI를 일찍부터 적극 옹호해오고 있는데 이 비관적 시나리오와 묘하게 겹쳐보인다.
허나 이 그림에는 치명적인 맹점이 있다. 초대받은 40명은 세계를 바꿀 능력을 손에 쥔다. 초대받지 못한 사람들은 그들이 만들어 놓은 세계에 적응하며 살아갈 뿐이다. 문제를 정의할 권한, 의제를 설정할 권한, 위험을 판단할 권한이 모두 초대장 안쪽에서 결정된다. 기본소득은 분배의 문제는 풀어줄지 몰라도, 결정권의 문제는 절대 풀어주지 못한다. 오히려 반대다. 결정권에서 멀어진 사람에게 생계를 쥐어주는 그 구조 자체가, 결정권의 비대칭을 더 단단하게 고정시킬 수도 있다.
이번 사태가 남긴 진짜 질문은 기술에 있지 않다. 초대장에 있다. 미토스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보다, 누가 미토스를 쓸 수 있느냐, 그리고 누가 그 결정을 내리느냐가 훨씬 중요하다. 이 질문에서 우리가 멀어질수록, 우리 몫의 자리는 점점 좁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