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한다, 나는 클무새다

연구도, 홈페이지도, 결국 클로드와 함께

by최재운

얼마 전 실리콘 밸리에서 열린 HumanX 컨퍼런스에서 재미있는 발언이 나왔다. AI 기업 글린(Glean)의 CEO 아르빈드 자인이 이렇게 말한 것이다. "클로드는 이제 종교가 됐다(Claude has become a religion)." 6,500명이 모인 자리에서, AI 도구 하나만 고르라면 뭘 택하겠냐는 질문에 대부분이 클로드를 꼽았다고 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아예 "오픈AI는 망했고 앤트로픽이 뜨고 있다"는 헤드라인을 달았다.


이 기사를 보면서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솔직히 고백한다. 나는 클무새다. 어딜 가서든 클로드클로드 노래를 부르고 다닌다. 강연장에서도, 수업 시간에도, 심지어 밥자리에서도 "클로드가요"로 시작하는 문장이 입에서 자동으로 나온다. 주변 사람들의 눈빛은 이미 체념 상태다. '또 시작이다.' 허나 나는 멈출 수가 없다.


정작 이 이미지를 만든 건 챗GPT!! (챗GPT는 첫사랑??)




요즘 내 일상은 정신이 없다. 대학에서 수업을 하고, 외부 강연을 나가고, 연구를 하고, 바카라을 쓴다. 이 네 가지를 동시에 돌리고 있다. 예전 같았으면 절대 불가능한 조합이다. 물리적으로 하루가 24시간인 건 변함이 없으니까.


가능해진 이유는 하나다. 클로드가 자동화해준 업무들이 꽤 쌓였기 때문이다.


강연 자료 정리, 수업 준비의 초벌 작업, 이메일 초안, 자료 조사. 이런 것들을 클로드에게 맡기면서 나는 '생각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집필만큼은 내가 직접 초안을 쓴다. 글의 결은 사람이 잡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다만 교정과 퇴고, 구조 점검 같은 작업에서 클로드의 도움을 받고 있다. 내 문장의 습관적 실수를 가장 잘 아는 존재가 이제는 클로드가 되어버렸다.


특히나 요즘 미친 영역은 연구다.


대학원생이 없는 교수에게 연구란 근근이 이어가는 것에 가깝다. 아이디어는 있어도 손이 부족하고, 데이터는 있어도 돌릴 시간이 없다. 그래서 한동안 연구는 '하고 싶지만 못 하는 것' 리스트 맨 위에 있었다.


그런데 클로드 코드(Claude Code) 에이전트를 동원하면서 판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는 지금 다섯 명의 AI 대학원생과 함께 연구를 하고 있다. 이름도 다 붙여줬다.


햄찌는 문헌조사 담당이다. 관련 논문 20편을 찾아 정리하고, 선행연구 리뷰를 깔끔하게 만들어온다. 퓨삿이는 가설 수립 전문가다. 데이터를 보고 "이런 가설은 어떨까요?"라고 제안하면 내가 방향을 잡아준다. 밤샘이는 실험 수행 담당인데, 이름 그대로 밤새 GPU를 돌려도 불평 한마디 없다. 먹물이는 논문 집필을 돕고, 깐깐이는 리뷰어 역할을 한다. 내가 쓴 논문을 마치 학회 심사위원처럼 날카롭게 찔러준다.


깐깐아, 빼먹어서 미안해!


"그냥 버튼 하나 누르면 논문이 뚝딱 나오는 거 아니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 아니다.


이건 대학원생을 지도하는 것과 완전히 같은 원리다. 방향을 잡아주고, 중간중간 검토하고, 잘못된 부분을 수정하게 하고, 최종 판단은 내가 내린다. 딸깍과는 거리가 멀다. 다만 이 대학원생들의 속도가 어마무시할 뿐이다. 사람이라면 2주 걸릴 문헌 조사를 햄찌는 30분 만에 해온다. 밤샘이는 정말로 밤을 새도 다음 날 아침에 멀쩡하다.


현재 여러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바쁜 강연 일정 사이사이 틈틈이 돌려서. 아이디어만 있으면 언제든 논문 작업이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물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건 여전히 인간의 몫이지만.




그리고 하나 더.

요즘 감사하게도 외부 강연 섭외 요청이 하루에 하나꼴로 들어온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이 있었다.


"교수님 연락처를 도무지 찾을 수가 없어서요." 학교 홈페이지에서 정보 찾기는 어렵고, SNS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공식 홈페이지가 필요하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다. 다만 차일피일 미뤘을 뿐이다. 웹페이지라는 걸 내 인생에서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러다 클로드에서 새로 나온 디자인 기능을 보고 결심했다. '한번 해보자.'


이틀을 꼬박 할애했다. 클로드와 함께 초안을 잡고, HTML을 만들고, 디자인을 다듬고, 웹에 호스팅하고, 도메인까지 구매했다. 내가 한 일이라곤 "이런 느낌으로 해줘", "여기 좀 바꿔줘", "이 색 말고 저 색"이라고 방향을 잡아준 것뿐이다. 나머지는 전부 클로드가 도와줬다.


완성된 홈페이지를 보면서 묘한 감정이 들었다. HTML 코드 한 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내가, 나름 세련된 홈페이지를 갖게 된 것이다.


홈페이지 공개!!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간다. "클로드는 종교가 됐다"는 표현은 솔직히 과하다고 생각한다. 종교라기보다는, 아주 유능한 동료를 만난 느낌에 가깝다.


모든 일을 대신 해주는 마법 지팡이가 아니다. 방향을 잡아주지 않으면 엉뚱한 데로 가고, 검증하지 않으면 그럴듯한 틀린 답을 내놓기도 한다. 허나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에게, 이 도구는 하루를 48시간으로 만들어준다.


나는 여전히 새벽에 글을 쓰고, 직접 바카라을 읽고, 강의실에 서서 학생들 눈을 본다. 달라진 건 그 사이사이 빈틈을 클로드가 촘촘하게 메워주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래서 오늘도 고백한다.


나는 클무새다. 그리고 당분간 이 증상이 나을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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