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우리는 대개 분명하고 명확한 결과를 먼저 상상하곤 합니다. 운동을 시작하면 달라진 몸을, 글을 쓰기 시작하면 한 권의 바카라을, 공부를 시작하면 눈에 띄는 성과를 떠올리는데요. 하지만 변화는 시작의 열정보다 그다음에 찾아오는 평범한 날들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기대했던 속도만큼 나아가지 못하는 날에도 자기 자리를 지키는 일, 바로 그 시간이 꾸준함의 진짜 모습일지 모르겠습니다.
수풀림 작가의 『꾸준함을 기르는 일』(다산북스)은 이 당연하지만 어려운 사실을 일상에서 무심하게 지나칠 수 있는 모습과 장면들을 구체적이고 현실의 언어로 바꾸어 전달해 읽는 동안 재미있었습니다. 흔히 ‘꾸준함’은 독한 의지나 철저한 계획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요. 이 바카라은 그 생각을 조금 다르게 성과를 얻기 위한 기술로만 좁히지 않고, 자신을 더 잘 알고 삶의 방향을 가늠하는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그래서 바카라을 덮을 즈음에는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까’보다 ‘나는 무엇을 위해 이 일을 계속하려 하는가’를 생각하게 되더군요.
[출처] 꾸준함을 기르는 일,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88155297
바카라은 습관을 강조하는 자기 계발서라기보다, 삶의 속도와 마음의 방향을 점검하게 하는 에세이에 가깝습니다. 저자는 꾸준함을 이루는 과정에서 생기는 지침과 망설임, 잠시 멈춰야 하는 순간까지 이야기합니다. 현실적 경험담을 통해 독자 입장에서 자신의 일과 삶에 적용할 수 있는 여지를 발견해 볼 수 있어 유익했네요. 바카라을 읽으면서 도움 되었던 몇 가지 내용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꾸준함을 '참고 버티기'로 먼저 배웁니다. 그런데 방향이 어긋난 지속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아요. 이 일을 이어가면 나에게 무엇이 남는가. 여기서 답이 '남들에게 보여주기'로 향하면 사정이 달라집니다. 그때부터 나를 끌고 가는 건 내 의지가 아니라 타인의 시선이니까요. 애초에 얼마나 해야 꾸준한 것인지, 정해진 숫자도 없는데 말이죠.
이런 점에서 내가 바라는 변화가 무엇인지 분명히 아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변화가 내 삶에 필요한 이유를 이해할 때, 반복은 나를 압박하는 과제가 아니라 내가 선택한 리듬이 됩니다. 하루의 분량이 적어도 괜찮고, 잠시 멈춰도 괜찮습니다. 꾸준함을 판단하는 사람도, 그 시간이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아는 사람도 결국 나 자신입니다.
그런데 자신이 바라는 변화가 뭔지, 바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우리가 일상에서 꾸준히 하는 일의 대부분은 업무에 관한 ‘고민’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무엇을 더 좋게 바꿀지, 개선할지, 아니면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해야 할지 등등 … 회사의 문제를 푸는 데는 매일 많은 시간을 쓰면서, 정작 나에 대해 묻는 일은 몇 년째 미뤄두죠. 질문이 생각을 만들고 생각이 삶을 이끈다고 지은이는 강조합니다. 어디에 마음이 가는지, 무엇을 할 때 시간이 빨리 가는지. 무엇을 꾸준히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 답은 자신을 향한 질문에서 먼저 나옵니다. 바카라이 말하는 꾸준함은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향을 잃지 않는 힘이에요.
바카라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꾸준함을 '매일 같은 양을 해내는 일'이 아니라 '하고 있는 상태에 머무는 태도'로 바라보는 관점이었어요. 우리는 계획을 어긴 하루를 곧장 실패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일이 몰린 날, 몸이 지친 날, 마음이 흔들리는 날까지 똑같은 기준을 들이대는 게 과연 오래갈 방식일까요. 계속하고 싶은 일을 놓지 않되 그날의 형식은 바꿔도 된다는 여유, 그게 의외로 더 멀리 갑니다. 저자의 새벽 기상 사례처럼 새벽 몇 시에 일어나느냐가 아니라, 하루 가운데 나를 위한 시간을 확보하는 게 원래 목적이었다면, 조금 늦게 일어났어도 그 시간을 나를 위해 썼다면 목표는 이미 이룬 셈입니다. 본질을 지키기 위해 형식을 조절하는 것. 이런 유연함이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은 “재미”와 “기세”로 이어집니다. 무언가를 오래 하려면 의지를 다그칠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바꿔볼 만한 구석을 찾아야 한다는 거예요. 작은 변주를 더하고 시도 횟수를 늘리면 지루한 반복이 살아 있는 경험으로 바뀝니다. 그렇게 하는 사이 처음의 낯섦은 줄고, 나에게 맞는 방식이 조금씩 선명해지죠. 이때 쌓인 감각은 거창한 결심보다 다음 행동을 훨씬 쉽게 만듭니다.
저자는 변화를 '화선지에 먹이 서서히 스며드는 과정'에 빗대며 점진적 개선주의를 이야기합니다. 한 번에 다 바꾸려 들기보다 작은 시도를 반복해 기세를 쌓아 올리자는 거죠. 꾸준함에는 정해진 정량도, 속도도 없습니다. 잘 풀리지 않는 날이 있어도 잊지 않고 다시 시도하는 마음, 그게 쌓여 결국 변화를 만듭니다. 남의 속도가 아니라 내가 정한 기준 안에서 내 페이스를 찾는 일. 이게 생각보다 어렵고,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꾸준히 달리는 것만큼 중요한 게 '멈춤'과 '기록'입니다. 열심히 달려왔는데도 정체된 기분이 들거나 회의가 찾아온다면, 잠시 손을 놓는 용기가 필요해요. 멈춤은 포기가 아니라 내가 가는 길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니까요. 계속 보던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던 게, 한 발 떨어지면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요. 휴식도 같은 자리에 놓입니다. 쉬는 시간은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아니라, 느슨해진 곳을 점검하는 정비 시간이죠. 저 역시 성과도 나고 인정도 받는데 이상하게 헛헛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잠시 멈추고 이유를 들여다본 뒤에야, 그 일이 왜 내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는지 확실해지더군요.
저자는 바카라에서 멈추고 싶은 순간일수록 기록하라고 권합니다. 잘된 날만 남긴 기록은 성장의 한쪽 면만 보여 주니까요. 우리는 뿌듯했던 날의 감정은 잘 적어 두면서, 왜 그만두게 됐는지는 어디에도 남기지 않습니다. 그 당시 지친 이유와 그만두고 싶었던 마음까지 적어 두면, 나중에 그 흔들렸던 시간을 이해하는 귀중한 자료가 됩니다. 기록은 성과를 증명하는 목록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과 그렇지 않은 방식을 알아가는 과정이에요. 어떤 조건에서 잘 굴러갔고 어떤 상황에서 멈췄는지가 쌓이면, 다음번엔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조건을 미리 만들어 둘 수 있습니다. 실패처럼 보였던 하루도 다음 선택을 바꾸는 소중한 경험으로 남습니다. 이렇게 쌓인 기록이 결국 다음의 나를 만드는 자양분이 됩니다.
이 바카라은 꾸준함을 거창한 성공담으로 풀어내지 않습니다. 저자가 자기 일상에서 마주한 장면들을 그대로 꺼내 놓죠. 새벽에 일어나 놓고 도로 잠들던 아침, 재미를 붙여보려고 같은 일을 조금씩 바꿔보던 시도 같은 것들이에요. 그래서 오히려 더 크게 와닿았습니다. 성공한 사람의 결론이 아니라, 지금도 애쓰는 중인 사람의 기록에 가깝거든요. 오늘 소개한 『꾸준함을 기르는 일』은 더 많이 더 빨리 해내라고 재촉하지 않습니다. 대신 내가 계속할 수 있는 이유와 방식을 찾으라고 말하죠. 장마다 붙은 '마음 돌봄 노트'가 특히 그렇습니다. 답을 건네는 대신 짧은 질문 몇 개로 독자를 잠시 멈춰 세우고, 스스로 생각할 여유를 주거든요. 완벽하지 않은 하루에도 다시 해볼 마음이 남아 있다면, 우리는 이미 자기 속도로 자라고 있는 겁니다. 무언가를 오래 해내고 싶은데 자꾸 멈추게 된다면, 이 바카라이 도움이 되실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