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시절, 나는 상사와 거의 하루 종일을 함께했다. 일도, 밥도, 술도. 그분은 내게 슬롯라는 세계를 비춰주는 창이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까지 모두 나의 참고서였다. 따뜻한 칭찬과 공감은 물론, 거침없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던 분. 심지어 나와 더 잘 맞는 부서로 옮겨주기까지 했다.
그 이후로 만나는 모든 상사를 그분과 비교했다. 그러다 보니 내 마음속 참고서에도 조금씩 개정이 이루어졌다. 장점은 남기고, 아쉬운 부분은 지우고, 새로운 배움을 덧붙였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보니 어느새 나도 누군가의 참고서가 되어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과연 어떤 참고서일까.
그리고 앞으로 어떤 개정판을 내야 할까.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나를 보며 미래를 그린다고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부터 일머리의 절반은 리더십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격려하고 다독이되, 아닌 것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 사람. 완벽한 창도, 완전한 슈퍼맨도 없다는 걸 알기에 서로가 서로의 참고서가 되어 거울이 되어주고, 함께 고쳐가며 성장하는 것.
그것이 결국 슬롯생활의 상생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