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제목의 Top 3 기준은 흥행 성적이 아닌 작품성 기준입니다.
영화 <서브스턴스> 초반부의 인상 깊은 복도 신
코랄리 파르자 감독의 <서브스턴스>(2024)를 보고 난 후에 고민도 없이 평점 5점을 줬던 기억이 있다. 개인적으로 하이 콘셉트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서브스턴스>는 단순히 시각적인 파격만 제안한 게 아니다. 하나의 스토리를 마치 이중 플롯처럼 보이게 만드는 독특한 내러티브 장치, 미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건드리면서도 하나의 인격으로 세대 갈등마저 짚어낸 시대 감각까지, 여러모로 탁월한 점이 많았다.
독창적인 로맨스 호러를 구사하는 <옵세션>(2026) 역시 <서브스턴스>를 떠올리게 하는 구석이 있다. 먼저 설정이 그렇다. 주사 한 방에 젊음을 되찾아주는 ‘서브스턴스’처럼, 소원을 빌면 무엇이든 하나 들어주는 ‘원 위시 윌로우’ 역시 그 효과가 상상을 초월한다. 그리고 두 영화 모두 문제는 그게 너무나 완벽하게 작동해서 주인공이 예기치 못한 사태까지 나아간다는 데 있다. <서브스턴스>가 약물 유지의 조건을 지키는데 까다로운 제약을 부여해서 사건을 만들어냈다면, <옵세션>은 그 효과 자체가 너무 강한 것이 문제다. 이 설정들은 영화적 상상력을 극대화하기도 하지만 이후 벌어진 사건들을 통해 무심코 지나칠 수 없는 묵직한 질문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낸다.
영화 <옵세션>의 사태가 시작되는 지점
소원이 이뤄지면 좋을까
이를테면 영화의 서두에서 시작되는 ‘소원이 이뤄지기만 하면 좋을까’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에 실패하고 좌절하던 베어는 ‘니키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상대가 나였으면 좋겠다’라는 소원을 빌고, 준비할 새도 없이 그 즉시 니키가 본인에게 다가오는 것을 목격한다. 바라던 바가 이뤄져서 좋기는 하지만 급변하는 사태 전체가 베어가 추구하는 상황은 아니다. 기이하기까지 한 변화 속에서 얼마간은 행복을 누리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베어는 ‘어떤 상황에서도’ 니키가 사랑을 맹세하는 주술에 걸렸음을 깨닫게 된다.
극의 서두에서 니키는 변하기 전 베어와 나눈 대화에서 ‘사랑과 로맨스는 다르다’라는 언급을 한다. 베어는 선뜻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니키의 변화로부터 그 말의 진의를 실감하게 된다. 사랑이 상대와 깊은 유대감을 갖고 상대의 안녕과 행복을 지지할 때 비로소 발현되는 것이라면, 로맨스는 이성적인 매력과 연애의 열정만이 대두될 뿐이다. 모든 상황을 거절한 채 상대에 대해 무한대의 스킨십과 속박을 요구하는 니키의 모습은 애초에 베어가 원하는 사랑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이 광기 어린 집착을 마주하고 있으면 문득 ‘소원이 이뤄지면 좋겠다’라는 말을 다시 곱씹게 된다. 무언가 막연히 바라는 것이 있다면 사실 진정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닐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가 무엇인가를 갈구한다면 그 무엇 자체가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과정 전체를 갈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베어는 이 사실을 차츰 실감하게 되었는데도 또다시 공포스러운 선택을 이어간다.
<스카페이스>에서 토니와 대화하는 앨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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