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캐릭터가 시대를 만났을 때

by민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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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쇼생크 탈출>의 듀프레인과 레드

어떤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그 후일담이 궁금할 때가 있다. 가령 <쇼생크 탈출>(1995)에서 레드와 듀프레인은 만나서 어떻게 되었을까. 주연 모건 프리먼의 나이가 어느덧 90세를 바라보고 있어 재회의 이야기를 다시 다루기는 어렵겠지만 두 주인공이 유쾌하게 지난날을 추억하는 장면 하나쯤 보고 싶지 않은가.


물론 영화는 종종 이런 상상을 현실로 구현한다. 특히 최근 들어 과거의 걸작들을 재소환해서 다른 시대에 불러들이는 사례는 낯선 일이 아니게 됐다. <맨 오브 스틸>(2013)처럼 캐릭터만 재구성해 리메이크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물리적 시간선을 그대로 따라가 뒷이야기를 보여주는 형식이 종종 관찰된다. 그중에서도 <탑건 : 매버릭>(2022)은 젊은 날의 톰 크루즈와 매버릭이 함께 늙어가면서 30년의 세월 자체를 서사 장치로 활용해 극장 흥행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거머쥐었다. 강산이 세 번 변하는 동안 절친한 동료의 아들의 교관이 되었다는 설정도 흥미롭지만 변화하는 전장환경, 시대의 변화 속에서 중년의 매버릭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잘 묘사돼 그 점을 관찰하는 재미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 데이빗 프랭클 감독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006) 속편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적잖게 놀랐다. 이게 가능한가? 정확하게는 <쇼생크 탈출>처럼 '아마 이 작품이 속편으로 나오는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었지만 놀랍게도 같은 감독이 같은 주연 배우들을 모조리 섭외해서 20년 뒤의 이야기를 내놓았다. 앤 해서웨이와 메릴 스트립은 물론 에밀리 블런트와 스탠리 투치까지 함께 볼 수 있게 된 것은 그 자체로도 낭만적이다.


그러나 어떤 이야기에 흠뻑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의 걱정도 떠안기 마련이다. 특히 전작이 뛰어난 경우라면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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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1편에 등장한 메릴 스트립의 미란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시리즈의 주인공은 앤디라고 할 수 있지만 필자는 미란다의 솔직함을 좋아했다. 지나칠 정도로 까탈스럽고 무례하기까지 한 언행에 앤디에게 해리포터 미공개 원본을 구해오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정신 나간 사람인가 싶기도 하다. 그러나 앤디가 세룰리안블루 스웨터를 입고 미란다의 작업을 비웃을 때, 미란다는 아울렛 세일 코너에 판매되는 옷 한 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진열되는지 세세히 알려주며 빙산의 일각만 바라보는 앤디의 좁은 식견을 깨워준다.


비록 오만하긴 하다만 미란다는 자기 분야에 대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성실하다. 학교에서 작은 발표를 해도 떨리는 게 사람 마음이지 않나. 하지만 왕관을 쓰는데 주저함이 없는 미란다의 자신감은 빽빽한 열정으로 가득 차있다. 극 중에서 미란다가 갑질하느라 허튼짓을 하거나 휴양지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왕관에 걸맞은 일들을 해내기 때문에 부하들도 군말 없이 따른다. 자리의 위세만 믿고 까닭 없이 무용한 짐을 떠안기는 못난 상사들과는 결이 다른 부류인 것이다. 다만 그것이 너무 열정적이고 심지어는 자신의 가족조차도 최적화하려는 욕망이 해결할 수 없는 파멸을 낳곤 하지만 그 또한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로 잘 표현되지 않았는가.


미란다는 그런 점에서 우상으로 같은 편이 되면 든든할 것만 같은 히어로 영화의 영웅들과 흡사한 지점이 있다. 적이 되면 너무 무섭지만 태풍이 오면 앞장서서 일갈로 물리칠 것만 같은. 다만 세계평화를 위해 뛰는 히어로들과 달리 미란다는 자신의 입신양명에 매달린다는 점이 다르긴 하다만 그런 거침없는 점들이 관객을 매료시키는 부분이기도 하다. 범인의 영역에서 신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 각 분야의 대가들을 대하는 우리의 동경과 같은 '범자의 히어로 캐릭터상'이 미란다와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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