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내면 더 아픈 고통에 대하여

by민경민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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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투신한 남편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추락의 해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의 <추락의 해부>(2024)는 별장에서 자살한 남편의 사인을 추적하는 법집행자들과 피의자로 의심받는 아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반부 내용만 보면 따분한 법정 스릴러를 추구하는 모양새지만, 죽음의 이유를 찾는 후반부로 갈수록 한 남자의 파멸적인 고통에 대해서 점점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영화 속 죽은 남편의 행방을 쫓기 전에 먼저 필자가 작가의 삶을 살짝 언급해 보자면, 정말 피곤하리만치 따라붙는 질문들이 있다. '뭐 하고 있냐', '언제 일어나 무엇을 하고 있느냐' 등과 같은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질문들이 바로 그것이다. 형식적으로는 걱정을 빙자하고 있지만 대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진실로 당사자가 걱정이 된다기보다는 자신이 믿고 있는 삶을 정답이라고 여겨 자기 신화에 올라탄 사람들이다.


작가가 평소 하는 일이라는 게 글감을 뒤적이거나 조용히 글을 쓰는 것인데, 심하면 써놓은 글을 서랍 깊숙한 곳에 처박아둔 채 꺼내보이지도 않으니 때로는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샤이닝>의 미치광이 남편이 의미 없이 휘갈긴 글처럼 정말 결과적으로 무의미해진 것들도 있기는 하지만, 대개는 적절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아서 태가 나지 않은 까닭에 무의미하게 보이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한두 번이야 '나는 이런 일을 하고 있고, 이걸 위해서 이렇게 저렇게 해야만 해'라고 일일이 부연을 해주지만 몇 번을 반복해서 같은 질문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입을 닫아버린다. 연인 사이에도 같은 질문을 반복하면 싫증이 나기 마련인데 그보다 덜한 사이는 오죽하겠는가. 작가로서 '작가니까 글 써'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만큼이나 싫증 나는 존재가 또 없다. 이정표가 없는 길 위에서 길이 어디냐고 묻는 사람에게 길이 여기 있다고 설명하는 것만큼이나 피곤하기 짝이 없는 그런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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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이야기를 장황하게 꺼내놓은 것은, 영화 <추락의 해부>에서 추락해 숨진 남편 사뮈엘이 극 후반부에 드러내놓는 속내가 같은 지점에 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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