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재물은 저자의 실제 경험과 법적 대응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된 에세이 및 실전 매뉴얼입니다. 다만, 관련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와 원활한 내용 전달을 위해 등장인물의 가명 처리, 직업 및 직바카라, 사건 발생 일시와 일부 정황 등은 특정할 수 없도록 각색되었음을 알립니다. 아울러 본 글은 특정 개인을 비방할 목적이 없으며, 학교폭력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다른 학부모님들에게 공익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상대방은 평범한 학부모를 주눅 들게 하기 위해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서류를 들이밀었다. 하지만 그 서류 중 어느 한 단어도 진실이 온전히 녹아 있지는 않았다.
A씨와 대형 로펌이 작성한 700페이지에 달하는 청구 취지는 평범한 학부모들이 보기에는 지레 주눅이 들 수밖에 없는 압도적인 분량입니다. 그 서류를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 나가는 것조차도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수많은 페이지 속에서 내 아이와 관련된 내용이 도대체 어떠한 것인지를 찾아내야 하는 과정은 극심한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 때문에 중간에 쉽게 포기해 버리고 싶어집니다.
실제 많은 학교폭력 사안에 연루된 학부모들은 행정심판 단계에서부터는 아예 참가 신청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입니다. 솔직히 이야기하면,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행정심판의 피청구인은 내 아이가 아니라 "교육청"이고, 교육청의 처분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다투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그저 가만히 있더라도 이 모든 일은 조용히 넘어갈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대하게 간과한 사실이 있습니다. 만약 행정심판에서 피청구인(교육청)이 패소하게 된다면, 상급 교육청(행정심판위원회)은 기존 처분이 잘못되었다고 판단을 내리게 되고, 교육청 자체적으로 내 아이의 가해 처분을 다시 확정하게 됩니다. 만약 우리가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면, 행정심판위원회에 전달되는 서면은 그저 청구인이 주장하는 거짓된 주장들로만 채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형 로펌은 바로 그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교육청과 행정심판을 수행합니다. 즉, 방대한 서류는 청구서와 서증 부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들은 이러한 방대한 증빙자료를 통해 피청구인의 처분이 잘못되었다는 논리로 접근해 옵니다. 그러니 억울한 가해자로 내몰린 스텔라를 위해서라도 부모인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로펌이 만
들어낸 텍스트의 요새 속에서 숨겨진 모순을 찾아내 격파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항이 있습니다. 로펌이 작성한 방대한 분량의 청구 취지는 사실 실제 실체적인 내용은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내용은 복잡한 법령 조항, 과거 판례 인용, 혹은 피해자라 주장하는 인원의 감성적인 증거 자료가 해당 내용의 핵심을 채우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방대한 서류에 숨겨진 모순점을 명확히 찾아내지 못한다면, 반박 서면을 작성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스텔라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본 사안의 핵심 쟁점은 "스텔라가 학폭 사안의 현장에 존재하였는가?"였습니다.
최초 학폭 사안 신고 당시에는 찬우(가명)와 A씨의 주장은 운동장에서 스텔라가 폭행에 가담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행정심판 청구 취지를 통해 새롭게 주장한 사항은, 스텔라가 CCTV의 사각지대인 '사각정'에서 찬우(가명)를 폭행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애초에 학폭위 당시, 저는 CCTV를 통해서 스텔라가 그 현장에 부재하였음을 완벽히 증명하여 "관련 없음"이라는 처분을 이끌어냈습니다. 하지만 대형 로펌은 자신들이 확보한 CCTV를 판단하였을 때, 화면 속 인물들이 누구인지 식별이 되지 않으니, 교육청의 처분 결과는 단지 학부모와 담임 선생님의 일방적인 증언만으로 판단한 부당한 결과였음을 주장하였습니다. 여기서 우리 부부는 상대방의 치명적인 논리적 모순을 발견하였습니다.
CCTV를 외부로 반출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외에는 마스킹(블러) 처리를 해야 합니다. 아무리 인물이 너무 작아 식별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개인정보상 CCTV가 반출되기를 꺼려하는 주변 인물들 때문에 CCTV 반출 요청 당사자를 제외하고는 전부 마스킹 처리를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련 법령입니다. 따라서 청구인 측의 CCTV를 제가 직접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청구인이 확보한 CCTV는 청구인인 찬우(가명)를 제외한 인원 전부가 마스킹 처리되었을 것이고, 반대로 제가 가지고 있는 CCTV는 스텔라를 제외한 인원 전부가 마스킹 처리가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상대방이 가진 마스킹된 화면상에는 정확하게 "누가 가해자인지"조차 확인이 되지 않는 상황인 것입니다.
스텔라의 케이스는 명확했습니다. 스텔라는 현장에 부존재 하였음을 증명하면 되기 때문에, 해당 사안이 발생한 그 순간에 스텔라는 해당 장소에 위치하지 않았음만을 증명하면 되었습니다. 하지만 청구인은 피해자라 주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청구인 본인뿐만 아니라 가해를 했다고 지목한 학생까지도 화면에서 어느 정도 식별이 되어야 주장이 성립하는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그러니 청구인이 명확하게 자신을 가해한 학생을 특정하고, 그 인원이 누구라고 인지하지 않는 이상, 해당 사안에서 스텔라의 존재 여부를 억지로 증명하려는 상대의 공격은 완벽한 논리적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사실은, 청구인의 경우 자신들이 확보한 CCTV(마스킹 처리한 영상)와 제가 가지고 있는 CCTV가 똑같은 방식으로 마스킹 처리가 되었을 것이라 막연히 전제하고 서면을 작성하였습니다. 따라서 그 내용 자체에 치명적인 모순이 있음을 우리는 정확하게 짚어내야 합니다. 그러니 저는 제가 이미 교육청에 제출한 CCTV에 대해서 파일명(벚꽃 정자 여학생.mp4)까지 정확하게 안내를 하며, "그 영상을 확인하면 실제 사안이 발생한 장소에 스텔라는 존재하지 않았다"라는 명확한 명제로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상대의 방대한 청구 취지 문서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분석을 해야 할까요? 700페이지라는 압도적인 분량에 겁먹고 그 자리에서 멈추게 된다면, 내 아이를 지킬 방법은 영영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철저히 냉정하고 이성적인 접근법으로 상대방의 서류를 하나하나 뜯어보며 분석해 나가야 합니다.
1. 방대한 서류 속 '핵심 프레임'을 추출해야 함 (가장 먼저 할 일)
1) 플러프(Fluff)를 걷어낼 것
대형 로펌의 서류 700페이지 중 90%는 일반적인 법령 조항, 판례 인용, 피해의 장황한 호소 등 '배경 노이즈'에 불과할 때가 많습니다. 스텔라의 건도 거의 대부분이 그러한 텍스트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억울한 누명을 쓴 아이의 부모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노이즈를 과감히 걷어내고 "내 아이의 이름이 적힌 단 몇 페이지"에만 모든 화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스텔라의 케이스도 동일했습니다. 상대방은 로펌을 통해 방대한 문서를 작성해냈고, 저는 법령 조항이나 판례에 대해서는 무지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읽는다 하더라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나가며 스텔라와 관련된 페이지를 추려보니 단 몇 페이지에 불과했기 때문에, 그 실체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읽어나가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그 결과 상대방의 복잡한 주장은 단 두 줄로 요약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확보한 CCTV로는 스텔라가 식별되지 않는다.
찬우(가명)는 CCTV 사각지대에서 폭행당했으니, 스텔라는 바로 그 장소에서 찬우(가명)를 폭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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