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재물은 저자의 실제 경험과 법적 대응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된 에세이 및 실전 매뉴얼입니다. 다만, 관련자들의 개인정보 보호와 원활한 내용 전달을 위해 등장인물의 가명 처리, 직업 및 직바카라, 사건 발생 일시와 일부 정황 등은 특정할 수 없도록 각색되었음을 알립니다. 아울러 본 글은 특정 개인을 비방할 목적이 없으며, 학교폭력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다른 학부모님들에게 공익적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이제 싸움의 방식은 바꿔야 한다. 기존에는 "말"이 중심이었다면, 행정심판은 철저한 "서면"의 싸움이었다. 감정이 아닌 오직 논리와 물증의 싸움이란 뜻이었다.
지난 6개월간의 긴 학폭 심의와는 다르게, 행정심판은 기존과는 180도 다른 방식으로 싸워야 합니다. 행정심판은 대면하여 말로 설득하거나 구두 변론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것이 아닌, 논리적인 문서를 통한 서면 위주의 심리가 원칙이기 때문입니다. 각 참가 당사자들이 위원회에 서면을 제출하면, 위원회가 이를 상대방에게 전달(송달)하고, 상대방은 다시 이에 대응하는 반박 서면을 제출하는 구조가 기한 내에 톱니바퀴처럼 정밀하게 맞물려 돌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의 서면이 도착하면 우리는 반드시 지정된 기한 내에 답변을 해야 하고, 그 답변에 대한 상대방의 피드백(상대방이 반박 답변을 준비하였을 시)을 다시 위원회를 통해 회신받아 재반박 서면을 작성해야 하는 연쇄적인 구조입니다. 교육청 학폭위와는 다르게, 앉아서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장기적인 문서 전쟁의 서막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이 "서면" 싸움은 학폭 당사자인 아이의 싸움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는 법정대리인인 부모 혹은 법률대리인인 변호사 간의 치열한 법리 및 논리 싸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텔라는 본 사안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전혀 인지를 못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정확히는, 상대방이 서면으로 제출한 청구 이유서에 스텔라가 보기에는 너무나 말도 안 되는, 처참할 정도의 인격 모독과 허위 사실 유포에 가까운 주장들이 가득 섞여 존재하고 있었기에, 아이에게 굳이 상처를 주지 않으려 부모 선에서 서류의 노출을 철저히 차단시킨 것도 있습니다. 대신에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 몰래 너무나 처절하고 힘든 싸움을 홀로 감당해 나가야 하는 가혹한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나의 논리나 주장에 아주 작은 허점이라도 보이게 되면, 상대방은 곧바로 반박 서면을 통해 그 틈을 파고들어 공격하는 잔인한 구조였습니다.
스텔라의 행정심판 참가 승인 통보 이후, 본격적인 행정심판의 막이 올랐지만 우리 부부는 "이번 행정심판은 변호사 없이 직접 치른다."는 확고한 방침을 세웠습니다. 주위에서는 대형 로펌을 상대로 무모한 짓이 아니냐고 만류하기도 했지만, 우리가 '나 홀로 소송'을 결심한 현실적이고 전략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현실적인 비용의 압박 (수임료의 굴레)
교육청 학폭위 단계에서 방어를 위해 이미 저희 부부는 로펌을 통해 변호사를 선임하며 천만 원이라는 거액을 지출했습니다. 하지만 학폭 사건은 '학교 단계 ➔ 교육청 학폭위 ➔ 행정심판 ➔ 행정소송(1심, 2심, 3심)'으로 패소한 측이 불복할 때마다 끝없이 이어질 수 있는 연쇄적 쟁송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악의를 품고 상급 심판과 법원으로 사건을 계속 끌고 간다면, 단계마다 수천만 원씩 추가되는 변호사 비용은 평범한 온라인 게임인 가정의 경제를 순식간에 파탄 낼 수 있습니다.
특히 스텔라의 사건 경우, 상대방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의 오너가 대형 로펌의 막강한 변호인단과 연합을 하여 공격을 진행했기 때문에, 스텔라의 무고함을 증명하고 방어하기 위해 우리가 경제적인 소모전을 끝없이 지속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쩌면 상대방은 자본 권력과 재력을 바탕으로 엄청난 변호사 비용을 지출하게 만들어, 평범한 우리 가족의 방어 의지를 초반에 꺾어버리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았을지도 모릅니다. 즉, 우리는 아무런 잘못도 없이 억울하게 방어만 하는 약자의 입장인데도, 상대의 꼬투리 잡기식 악의적 쟁송에 휘말려 매번 천만 원 단위의 돈을 지불해야만 하는 뼈아픈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우리는 스스로 방패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2. 변호사의 한계와 적시적(Time-to-Market) 대응의 불가결성
행정심판은 철저히 서면 위주의 대응입니다. 하지만 반박할 수 있는 기간이 한없이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상대가 서면을 제출하면, 위원회는 공문을 통해 매우 짧은 기한(통상 1~2주 내외)을 지정해 주며 반박 서면(보충서면)을 작성해 제출하라고 행정적인 압박을 가해옵니다.
만약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서 매번 변호사를 거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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