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은 기준으로 자를 수 있지만 수익에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손절은 어렵다. 돈을 잃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도 쉽지 않다. 그런데 매매를 오래 할수록 오히려 익절이 더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손절에는 비교적 명확한 기준을 만들 수 있다. 내가 진입한 근거가 사라지는 가격, 지지나 저항이 무너지는 위치, 계좌에서 감당하기로 한 위험이 끝나는 지점을 미리 정할 수 있다. 반면 수익이 나는 거래에는 끝이 정해져 있지 않다. 가격은 목표가에서 멈출 수도 있고, 그곳을 가볍게 넘어 예상보다 훨씬 멀리 갈 수도 있다. 그래서 수익이 커질수록 오히려 판단해야 할 것이 많아진다.
처음에는 이 문제가 단순하다고 생각했다. 수익이 났으면 적당히 팔면 된다고 봤다. 하지만 실제 돈이 걸리면 ‘적당히’라는 말이 가장 어려워졌다. 조금 벌었을 때는 지금이라도 확정해야 할 것 같고, 많이 오르면 더 갈 것 같아 팔기 싫어진다. 막상 고점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조금 전 수익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이미 충분히 이익인 상황인데도 최고점에서 줄어든 금액을 손실처럼 느끼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100달러까지 수익이 났다가 70달러로 줄었다고 해보자. 계좌에는 여전히 70달러의 이익이 남아 있지만 머릿속에서는 30달러를 잃었다고 느끼기 쉽다. 그러면 다시 100달러가 되기를 기다리게 되고, 가격이 더 밀리면 이번에는 70달러라도 지키고 싶어진다. 그러다 본전 근처까지 돌아오면 ‘여기까지 버텼는데 조금만 더’라는 생각이 생긴다. 그렇게 큰 수익이었던 거래가 작은 수익이나 본절, 때로는 손실로 끝난다.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수익이 조금만 생기면 다시 사라질 것이 두려워 너무 일찍 정리하는 것이다. 방향을 제대로 봤고 시장 구조도 여전히 살아 있는데 계좌 숫자가 플러스로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포지션을 닫는다. 그러고 나서 가격이 예상했던 방향으로 크게 움직이면 아쉽다. 다음 거래에서는 지난번처럼 일찍 팔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이번에는 반대로 지나치게 오래 버틴다. 결국 익절은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직전 거래의 기억과 욕심, 후회가 계속 개입하는 영역이었다.
손절과 익절의 차이는 여기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손절은 내가 틀렸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어느 가격을 넘으면 처음의 가설이 무효가 된다는 기준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수익 중인 거래에서는 내가 틀린 것이 아니다. 오히려 맞고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맞을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시장이 어디에서 멈출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그래서 수익을 내는 동안에도 계속 불확실성과 함께 있어야 한다.
나는 한동안 목표가를 정확하게 맞히려고 했다. 과거 저항, 피보나치 비율, 이동평균선, 이전 고점 등 여러 기준을 이용해 ‘여기까지 갈 것’이라고 정했다. 이런 기준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목표가를 미래의 정답처럼 생각했다는 데 있었다. 가격이 목표가 조금 전에 되돌아오면 아깝고, 목표가를 돌파해서 더 올라가면 너무 일찍 팔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식으로 끝나도 완전히 만족하기 어려웠다.
결국 익절에서 가장 먼저 포기해야 했던 것은 최고점을 잡겠다는 생각이었다.
돌이켜보면 이것은 진입에서 바닥을 잡으려는 욕심과 비슷했다. 가장 낮은 가격에서 사고 가장 높은 가격에서 파는 거래는 차트가 끝난 뒤에는 언제나 선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실시간 시장에서는 그 가격이 바닥인지, 고점인지 알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어느 정도 유리한 구간에서 진입하고, 시장이 주는 움직임 가운데 일부를 가져오는 것뿐이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익절의 목적도 달라졌다. 최대 수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 전략의 기대값을 현실에서 실현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손익비가 1대2를 목표로 하는 전략이라면 일정한 거래에서 그 정도의 보상을 확보해야 하고, 큰 추세를 먹는 전략이라면 작은 흔들림 때문에 매번 일찍 나와서는 안 된다. 익절 역시 손절과 마찬가지로 전략의 일부이지, 그때그때 기분에 따라 결정할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 큰 추세를 먹고 싶다는 생각과 실제 행동 사이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추세를 길게 가져가라”고 말한다. 말은 쉽다. 하지만 수익이 늘어나는 것을 직접 보고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1R이 2R이 되고, 3R까지 갔다가 다시 2R으로 내려오면 상당한 수익을 확보했음에도 불편해진다. 더 큰 움직임을 얻으려면 수익 일부를 시장에 다시 돌려줄 가능성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실제 돈 앞에서는 이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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