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목요일이라면

목 금토일월화수

by펜끝

이제부터 나는 목요일이다. 가장 먼저 달력부터 고쳐야겠다. 월요일을 밀어내고 맨 앞자리를 차지한다. 다른 요일들은 모두 내 뒤로 줄을 세운다. 내가 흠모하는 일요일이 한가운데 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사람들은 나를 지루해한다. '불금'이라는 별명도 없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라는 반가운 인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 월요일처럼 파이팅이 넘치지도 않는다. 억울하다. 환호받을 때도 있긴 하다. 내가 우짜다 공휴일이 되는 날이다. 가물에 콩 나듯 있는 일이라 생색내기도 민망하다. 맨 앞자리로 갔으니 때 빼고 광낼 준비를 해야 한다. 헛기침 한 번 하면서 목을 가다듬고 어깨를 일단 쫙 편다. 호감 가는 얼굴이어야 한다. 기다려지는 일정들로 빽빽하게 채우고 싶다.


기다려지는 일정이 뭐가 있냐고? '글쓰기 수업 있는 날'이라고 말할 거라고 생각했다면 틀렸다. 그건 빨리 한 대 맞고 자유로워지고 싶은 일정이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한 대 맞고 눈물을 찔끔거릴 만한 일은 아니다. 답답할 때 가슴을 한 대 치고, 등짝이 가려울 때 정확히 그 부분을 시원하게 한 대 철썩 맞았을 때의 그런 매다.


고백하자면, 내가 목요일이 된 데는 이유가 있다. 작가이고픈 한 사람 때문이다. 이때 작가의 기준은 매우 주관적임을 밝힌다.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일주일 내내 끙끙대는 모습이 가관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왜 저럴까 싶다. 좀 시원찮은 몸을 갖고 있긴 해도 하늘이 도우셨는지 목요일만큼은 감기에 걸리지도, 넘어져서 코가 깨지지도 않는다. 가끔 못내 아쉽다는 표정을 짓는다.


더 큰 문제는 이 작가라는 인간이 일주일 내내 목요일로 산다는 거다. 수요일은 목요일 전날, 화요일은 목요일 전전날, 월요일은 전전전날, 이런 식이다. 유일한 휴일인 일요일은 목요일이 아닌 척하는 날이다. 작가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어디서 들은 건 있나 보다. 그런데 일요일에 빨리 잠자리에 드는 걸 본 적이 없다. 마감이 무섭긴 한가보다. 월요병은 들어봤어도 목요병은 들어본 적이 없는데, 약도 없어 보인다. 증세를 설명하자면 데이트 중인데도 계속 딴사람 생각을 하는 그런 눈빛이랄까. 보는 눈이 없는 건지 뭐에 씐 건지 알 수가 없다. 저러다 사달이 나지 싶다. 이미 났을 수도.


그렇게 목요일을 보내고 금요일 아침이면 유독 히마리가 없다. 일어나기 힘든지 이불을 돌돌 만 채 발가락만 꼼지락거리고 있다. 작가라고 하더니 쓰라는 글은 안 쓰고 가끔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그림도 그리고, 희한한 노래를 만들기도 한다. 뭣에 쓰는지는 알고 싶지도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글 쓴다고 쌀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어디서 돈이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라는 것쯤은 아는 모양이다. 그 와중에 먹고살 걱정은 되는지 벼락치기 하듯 본업에 매달린다.


요령도 없는 데다가 눈까지 낮으니 어쩔 수가 없다. "그냥 통째로 목요일로 살아라. 내가 목요일이 되어줄 테니."라고 결국 지르고 말았다. 이렇게까지 해주려 하는데 별 감흥이 없어 보인다.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작가라면서 왜 그렇게 목요일이 중요한 걸까? 모를 줄 알았겠지만 나도 눈치는 있다. 그날은 다른 작가들이랑 만나는 날이라는 걸.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작가'들 역시 순전히 내 기준이라는 건 비밀도 아니다. 일단 만나면 작가들치고는 목소리 톤이 높다. 정작 글 얘기는 별로 하지도 않으면서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거린다. 그 맛에 만나는 건 확실하다.


이왕 목요일이 되기로 했으니 나름의 각오가 필요하다. 너무 진 빼지 말고, 모든 요일을 목요일로 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당분간은 그냥 좋은 목요일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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