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문동 봉주르 아파트 1부: 아파트 재건축 전
12월 입주민 대표 회의도 11월과 마찬가지로 많은 입주민이 참석했다. 그 이유는 폐자전거 횡령 사건의 진실과 배 소장의 사과 그리고 사퇴 의사까지 적힌 공고문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입주민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벤저스는 이번 회의를 끝으로 이 지긋지긋한 인간들이 정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조금은 들뜬 표정이었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들은 정해도 아파트에서 알고 지내는 엄마들을 대동했고, 지훈 역시 빠지지 않았다. 동대표들의 표정은 여느 때 보다도 무거웠고 배 소장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다. 방청석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입주민들의 분위기는 날씨보다 더 싸늘한 것 같았다.
“그럼 12월 입주민대표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땅땅땅.
정한이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내리치자, 공명이 일어나며 긴장감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예산 집행에 대한 안건을 먼저 처리하고 정한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방청석에 있는 어벤저스는 일제히 침을 꿀꺽 삼켰다.
“다음 순서로 현재 우리 아파트의 가장 중대한 사안으로 넘어 가겠습니다. 먼저 공고한 바와 같이 배임각 소장님은 폐자전거 판매 대금을 본인이 받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부하 직원인 손재주 대리가 주도한 일이라고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공고했습니다. 그로 인해 손재주 대리가 명예훼손으로 고소 조치를 한 상태입니다. 배임각 소장님, 맞습니까?”
“예…….”
“완전 쓰레기네.”
“저런 놈이 우리 아파트에서 대체 몇 년 동안 해먹은 거야? 감방 보내버려요!”
방청객들은 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
“자, 자. 방청객분들은 회의 중에는 정숙 부탁드립니다. 그럼 이에 대한 배임각 소장님의 의견부터 듣겠습니다. 말씀하세요.”
배 소장은 엉거주춤 일어서더니, 마치 자기 발끝만 보고 있는 것처럼 시선을 아래로 깐 채 입을 열었다.
“공고문 내용대로 제가 잘못했습니더.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저는 이번 달 말일부로 사직하겠심더. 죄송합니다.”
“누구 마음대로 이번 달 말일이야! 오늘부로 당장 꺼져!”
“맞아요! 누가 이번 달까지 당신 같은 사람한테 일해달래? 당장 나가세요!”
배 소장이 이번 달 말에 그만둔다고 하자, 입주민들은 반사적으로 일어나 삿대질을 하며 소리 질렀다.
땅땅땅.
“정숙하세요! 배 소장님, 입주민들의 의견이 이렇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배 소장은 잠시 눈을 감고 고개를 더 푹 숙이더니,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부로 사직하겠심더.”
방청석에 앉은 입주민들은 당연하다며 박수를 쳤다.
“잠시만요. 내일 당장 그만두는 건 오히려 업무에 피해를 끼칩니다. 새 소장도 받아야 하고 인수인계도 필요하니, 기한을 일주일 후로 두는 건 어떻습니까? 배 소장님, 동의하시나요?”
정한의 의견에 입주민들도 고개를 끄덕였고 배 소장도 동의하며 자리에 앉았다.
“다음 건입니다. 지난 회의 때 여기 계신 안일해 대표님의 양심선언 내용에 따라 부적절한 처신을 하셨던 동대표들의 이야기를 듣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지가 야그하것소. 여그 사퇴서요. 나는 양심선언 때 야그한 것처럼, 오늘부로 동대표 및 이사직에서 사퇴헙니다. 그라고 당신들도 얼른 사퇴허요. 추잡한 짓거리 인자 고만하고 나와줍시다.”
안일해가 일어서며 사퇴서가 담긴 하얀 봉투를 자기 바카라상 앞에 툭 떨어뜨리고 지건만과 패거리들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나 원 참, 더버러가. 여기 사퇴서!”
이어서 지건만이 일어서며 사퇴서를 툭 내던졌다. 모두의 시선이 지건만을 향하자,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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