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의 휴가

by오렌



해운대 바닷가 특급 호텔의 룸메이드 일은 비수기가 없을 정도로 늘 바쁘지만 5월부터 정신을 못 차릴 만큼 바쁘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그랬고, 6월엔 BTS 부산 공연으로 11만 아미가 부산을 찾으면서 특별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내 인생에 한가한 적이라고는 잘 찾아볼 수 없이 늘 내달리는 삶을 살아왔고, 살고 있지만 이만큼 시간이 절실한 적이 있었나 싶도록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는 나날이다.



몇 달 동안 일주일에 한 번도 채 못 쉬었다가 사흘의 휴무를 받았고, 오늘이 그 마지막 날이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날 부터 이 귀한 시간을 어떻게 쓸지에 대한 생각 풍선이 여기 저기서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제주도로 뜰까?', '어디 가까운 호텔이라도 가서 호캉스를 즐겨볼까?' 생각 풍선이 터지자 즉흥적으로 움직이지 말고 현실 위에서 차분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퇴근 시간, 회사 출입문을 나와 빵과 커피를 사서 곧장 영화관으로 향했다. 빵을 산 것도 영화관에 간 것도 시간이 아까워서였다. 티모시 샬라메가 인생 역전을 꿈꾸는 탁구 선수로 열연하는 <마티 슈프림>을 졸다가 깨다가 하면서 보았다. 졸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몸이 너무 피곤한 나머지 정신이 따라가지 못했음이다. 장시간의 영화 관람이었지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한 까닭에 아쉬움이 남는 경험이 되고 말았다.



휴일 첫날, 시계를 보면서 내달리지 않아도 되는 모처럼의 하루, 그동안 사놓고 읽지 못한 바카라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들떴다가 이불 빨래며 냉장고 정리며 밀려있는 집안일을 하느라 한나절이 지나자 이미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조금 쉬었다 바카라을 보려고 하다가 너무 피곤한 나머지 긴 낮잠을 잤고, 제일 싫어하는 패턴의 악몽을 꾸고 기분이 나쁜 상태로 깨어났다. 머리가 맑을 아침 시간에 바카라을 읽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늦은 오후에 집안일을 해야 했는데... 뭔가 마음대로 안되자 연휴가 시작되는 날 푸른빛이었던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워져 회색 빛이 된 것 같았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모처럼 찜질방에 가서 그동안 고강도 노동으로 지친 몸을 확 풀어보자는 생각으로 우리 동네 최대 최고의 목욕탕을 찾았다. 그리고 큰 마음을 내어 십 수년만에 고가의 세신+마사지를 받기로 했다. 잠이 들어 이 시원한 감각의 경험을 놓칠까 봐 세신사 분의 능란한 손길을 느끼는데 집중했다. "뒤로 돌아 누우세요.", "옆으로 누우세요." 꼭 필요한 지시 외에는 아무 말도 없이 50분의 코스를 마친 후 세신사가 말했다.

"처음 들어올 때 얼굴이 엉망이더만 이제 좀 살아나네."

"맞아요..."

세신사 아주머니 말씀을 듣고 모처럼 웃었다. 그리고 뭉친 근육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세신사 분의 실력에 한동안 감탄해 마지않았다.



휴일 둘째 날인 주일, 바카라을 읽고 글을 쓰고 계획을 세우며 만족감 높은 하루를 보낼 생각이었는데, 어제 받은 마사지의 후유증으로 몸살기가 있어 끝없는 잠에 빠졌고, 하루 종일 자다가 저녁 미사 시간이 되어서야 정신이 들었다. 주일 미사를 드리고 초조함으로 거칠어졌던 마음의 결이 부드럽게 다듬어졌다. 지금까지 이 일을 하면서 주일날 단 한 번도 쉰 적이 없었고, 주일 미사를 회사 근처 성당에서 보았다가, 처음으로 집 근처 성당에 가게 되면서 새로운 계획이 생겼다. 주일뿐 아니라 평일 저녁 미사를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뜨겁게 올라왔다. 기도 속에서 마음의 결을 가다듬고 좋은 것만 주시는 주님 말씀을 경청하면서 다음을 모색하기로 하자 초조함의 죄가 썩 물러갔다.



휴일 마지막 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온라인카지노에 글을 쓰려고 들어왔다가 이전에 쓴 글들을 보게 되었다.

이 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평화롭게 빵을 먹기 위해서', '이 회사의 밥이 맛있어서', '작가의 꿈이 시작된 곳이어서'... 그때그때마다 조금씩 다른 이유들을 적어놓은 걸 보면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어내고 의미를 만들어내면서 억척스럽게 나아가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지금 여기서 또 한 번의 이유를 생각해 냈다.



힘들지만 이 일을 할 때 살아있다는 감각을 잘 느낄 수 있고, 내 몸과 정신에 유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카르마가 강하다는 것을 그동안 나를 관찰해 오면서 알게 되었다. 환상이 많다. 그냥 지나가고 변화하는 생각, 감정, 사물, 세상에 대해 좋으면 더 갖고 싶은 갈망이 크고, 싫으면 회피하고 싶은 반응이 크다. 좋고 싫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를 보는 힘이 약해서, 성숙한 어른으로서의 필터가 허약해서 상상으로, 공상으로, 망상으로 키워나가다가 나중에 그 사실을 알아차리고 멈추는 일이 많다.



물론 이런 신경증적 환상, 편집증적 상상이 글을 쓰고 예술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몸과 감각, 감정과 생각의 오랜 관찰 끝에 나의 몸과 정신을 위해 필요한 유익한 일로 현재 이 일을 선택했다.

몸의 안위를 위해서, 편안하게 먹고살기 위해서, 거짓을 알아차리면서도 그것을 계속해 나가지 않고 멈출 수 있는 힘, 경계, 용기를 잃지 않기를. 그래서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자유롭기를 바란다.




(202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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