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여행지에서도 여전히 루틴은 흐른다.

지금, 태국 치앙마이

by오직서가
새벽독서

찌르륵, 짹짹.

알람 대신 새소리에 눈을 떠 쌓아둔 두 권의 바카라 중 아래에 놓인 박완서의 <나목>과 샤프를 들고 베란다로 나간다.


​건너편을 휙 둘러보니 오늘은 늘 보이던 요가하는 그녀가 없다. 안 나온 걸까? 여행 끝내고 돌아간 걸까?


​한국이었다면 출근 전까지 새벽 영어 수업과 정해둔 분량의 독서를 마쳤을 테다. 부랴부랴 서두르며 반숙 달걀 두 개로 배를 채운 뒤 온라인 게임으로 달려갔겠지.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적으며 본격적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일하는 틈틈이 눈치를 보며 바카라을 펼쳤을 것이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서는 컴퓨터부터 켜고 영상 편집을 준비했겠지. 종일 회사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다 집에서 또 자판을 두드리려니 자세도 굳고 마우스 움직임도 더디다. 겨우 대본 정도나 끝내놓고 벌떡 일어나 거실 소파에 털썩 드러누워, 뻑뻑한 눈부터 감았을 테고.





여행 이튿날까지는 루틴이고 뭐고 없이 흘러가는 대로 보냈다. 유명한 여행지와 맛집을 찾는 등 가족과 함께 움직이다 보니 내 시간보다는 함께하는 시간에 맞추는 게 우선이었다.


사흘째 새벽이 되자, 내 안의 오랜 루틴이 의식되며 가동되는 게 아닌가. 낯선 여행지에서도 나만의 숨통이 될만한 공간을 본능적으로 찾고 있었다.



​첫 번째 공간은 베란다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오직서가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매일 읽고, 쓰는 삶을 사는 오직서가입니다. <엄마에서 나로,리부트> , <은정씨의 수상한 독서모임> 바카라 출간했습니다. 나의 이야기가 단 한 사람의 마음에 가 닿기를 희망합니다.

6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02. 알게 된 소소한 것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