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도시는 다시 일어서지만, 외면한 마음은 다시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 가까이서 사라진 연대”

by임진수

“무너진 도시는 다시 일어서지만, 외면한 마음은 다시 서지 못한다”

-“지진은 땅을 흔들었고, 우리는 인간의 도리를 흔들었다”

-“베네수엘라의 폐허 속에서 묻는다 — 사랑은 어디로 갔는가”

-“두들겨 맞아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존엄, 우리가 지켜야 할 마지막 불씨”



[세상을 읽는 힘, 시사월드 =by 임진수]=베네수엘라의 대지진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미국에서도, 세계 곳곳에서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뉴스의 파도는 가까운 곳만 적시고, 멀리 떨어진 고통은 쉽게 잊힌다.


그러나 지진은 국경을 모른다. 땅이 흔들리는 일은 어느 나라에도, 어느 도시에도, 어느 순간에도 찾아올 수 있다. 그 누구도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고, 안전을 장담할 수도 없다. 그래서 지금 베네수엘라에 필요한 것은 구호의 손길, 그리고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이다.

PAF20260702294801009_P4.jpeg베네수엘라 강진 발생 후 건물 잔해서 8일 버틴 생존자를 구조하고 있는 구조대원들[AFP=연합뉴스.]

베네수엘라 강진 8일 만의 생환…

베네수엘라를 강타한 두 차례의 연쇄 강진 이후, 폐허가 된 건물 잔해 속에서 8일 동안 생존해 있던 한 남성이 구조되는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 현지시간 2일, 다국적 구조대는 무너진 건물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 1명을 발견해 조심스럽게 구조 작업을 이어갔다.


생존자는 43세 경비원 에르난 힐로 확인됐다. 그는 라과이라주 해안 도시 카티아라마르에서 근무하던 7층 건물의 경비실이 붕괴되며 잔해 속에 갇힌 채 지진 발생 이후 단 하루도 빠짐없이 어둠 속에서 버텨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진으로 도시 전체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식수도, 식량도, 빛도, 외부와의 연결도 없는 공간에서 그가 어떻게 8일을 견뎠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구조대는 “이 생존은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놀라운 일”이라며 희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폐허 속에서 들려온 미약한 생존 신호는 지진 이후 계속된 수색 작업에 다시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구조대는 여전히 잔해 속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다른 생존자들을 찾기 위해 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 규모와 한국 비교 —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큰 나라의 재난”


베네수엘라는 인구 약 3,000만 명, 면적은 91만㎢로 한국(10만㎢)의 9배에 달한다. 한국의 수도권 전체가 하나의 도시처럼 밀집해 있는 것과 달리, 베네수엘라는 넓은 영토에 인프라가 고르게 깔려 있지 않다.


PAF20260702057001009_P4.jpeg베네수엘라 지진 현장의 실종자를 찾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번 강진의 피해 면적은 약 2,000㎢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이를 한국에 비유하면:


서울 전체(605㎢)

인천 절반(500㎢)

수원·용인·화성 등 경기 남부 주요 도시(900㎢)

이 모두가 동시에 무너진 것과 같은 규모다.


한국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서울 강남의 빌딩이 갈라지고, 인천공항이 폐쇄되고, 수원·용인 주택가가 붕괴하며 수도권 전체가 재난지대로 변했을 것이다.


한국과 베네수엘라 — “멀지만 연결된 나라”


한국과 베네수엘라는 1965년 수교 이후 경제·교육·문화 분야에서 꾸준히 교류해왔다. 교민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국 기업들이 진출해 있고,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한국 문화·K팝·드라마에 친숙하다.

그러나 이번 강진은 한국과의 관계를 떠나 인류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재난이다.


관문 공항의 붕괴 — “하늘길이 끊기면 나라가 멈춘다”


베네수엘라의 관문,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은 지금 거대한 상처의 심장처럼 고요히 누워 있다. 지붕은 찢기고, 벽은 무너지고, 바닥은 뒤집혀 있다. 사람들이 오가던 길은 더 이상 길이 아니고, 비행기가 날던 활주로는 더 이상 하늘을 기억하지 못한다.


지난달 24일의 연쇄 지진은 공항을 단숨에 폐허로 만들었다. 복구작업이 한창이라지만, 현장을 직접 보면 ‘7월 초 개통’이라는 당국의 말은 바람처럼 흩어진다.


국내선 청사 앞에는 쓰레기 더미가 산처럼 쌓여 있고, 항공사 카운터는 흔적만 남긴 채 사라졌다. 벽은 갈라지고, 천장은 내려앉고, 바닥은 부서져 있다. 현지 노동자는 “언제 복구될지 전혀 예상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국제선 청사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안쪽은 손도 대지 못한 폐허였다. 수하물 찾는 곳은 더 엉망이라며, 복구까지 최소 1년은 걸릴 것이라는 말이 공항의 현실을 대변했다.


사망자·부상자 — “숫자로는 다 담지 못하는 비극”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제 구조단체들의 초기 집계에 따르면 이번 연쇄 강진으로 사망자 수는 최소 수백 명, 부상자는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라과이라주 해안 지역은 건물 붕괴가 심해 실종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산악 지역은 접근조차 어려워 사망자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피해액 — “수십억 달러, 그러나 실제로는 그 이상”


국제 재난평가 기관들은 이번 강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를 최소 30억~50억 달러(약 4조~7조 원)로 추산한다.


하지만 이는 공항·항만·도로·주택·병원 등 주요 시설만 계산한 수치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상황과 복구 능력을 고려하면 실제 피해액은 100억 달러(약 14조 원) 이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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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지진 현장의 구조대[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PYH2026070115290008700_P4.jpeg(카라카스=연합뉴스) = 지난 29일(현지시간) 카라카스에서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건물을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바라보고 있다. 2026.7.1


건물 파괴 — “도시가 찢겨나간 흔적”

강진으로 인해:

공항 청사 70% 이상 붕괴

카라카스·라과이라 지역 건물 수천 채 파손

도로·교량 200곳 이상 균열 및 붕괴

병원 30곳 이상 기능 상실

전력·수도 공급 중단 지역 다수 발생

특히 공항 내부는 지붕이 무너지고, 벽이 갈라지고, 바닥이 뒤집힌 상태라 “복구까지 최소 1년 이상”이라는 현장 노동자의 말이 현실적이다.


사람들의 삶 — “하루아침에 무너진 일상”

지진은 건물만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산산조각 냈다.

집을 잃은 사람들

수만 명이 집을 잃고 거리나 임시 천막에서 생활하고 있다. 식수·전기·의료 접근이 어려워 2차 피해 위험도 커지고 있다.

생계를 잃은 사람들

공항·항만·상점·공장 등이 멈추면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물류가 끊겨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종교와 기부금 — “헌금은 어디로 가고, 기부금은 누구를 살리는가”


베네수엘라는 기독교 인구가 90% 이상인 나라다. 한국도 종교 기부 문화가 활발한 나라다. 그러나 누군가 이 질문을 던진다면, 우리는 반드시 답해야 한다. 그 많던 헌금은 어디로 가고, 그 많던 기부금은 누구를 살리고 있는가. 신앙이 말하는 사랑과 나눔은 지금 이 재난의 현장에 닿고 있는가.


그 많던 헌금은 어디로 가는가. 그 많던 기부금은 누구를 살리고 있는가.


교회는 사랑을 말하고, 기부는 나눔을 말한다. 그러나 정작 이런 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닿지 않는다면 그것은 종교의 본질, 기부의 목적을 잃은 것이다.

지금 베네수엘라에 필요한 것은 거대한 말이 아니라 작은 손길이다. 멀리 떨어진 나라의 비명을 듣고 “나는 모른 척하지 않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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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들겨 맞아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존엄


두들겨 맞아도 꺾이지 않고, 내일의 희망을 머금는 인간의 존엄만큼은 어떤 재난도 빼앗을 수 없다.


인간은 도도하게 반드시 일어서리라. 땅이 흔들려도 마음은 흔들리지 않고, 건물이 무너져도 의지는 무너지지 않는다.


폐허는 절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위한 빈 공간이다.

베네수엘라여, 다시 일어서라....인간의 의지는 언제나 폐허 위에서 꽃을 피운다. 돌이 부서진 자리에서 새싹이 돋고, 무너진 벽 사이로 빛이 스며든다.


고통은 우리를 시험하지만, 연대는 우리를 다시 세운다. 멀리 떨어진 비명을 외면하지 않는 마음이 세상을 조금씩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


다시 말해서 베네수엘라는 기독교 인구가 90% 이상인 나라다. 한국도 종교 기부 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나라다.

PYH2026070101090008700_P4.jpeg(카라카스=연합뉴스) = 지난 29일(현지시간) 지진으로 훼손된 카라카스의 한 아파트. 이 아파트에는 교민이 살고 있었다. 2026.7.1

그러나 누군가 묻는다면, 우리는 외면하지 말고 답해야 한다.

그 많던 헌금은 어디로 갔는가. 그 많던 기부금은 왜 가장 절박한 곳을 비켜가는가. 신앙이 말하는 사랑은 왜 재난 앞에서 침묵하는가.


두들겨 맞아도 꺾이지 않고, 내일의 희망을 품고 살아가려는 인간의 존엄은 어떤 지진도, 어떤 폐허도, 어떤 절망도 무너뜨릴 수 없다.


그 존엄을 지키는 손길이야말로 종교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기부가 존재하는 목적이며, 인간이 인간에게 해야 할 마지막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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