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바람이 볼을 스치면
겨울이 눈에 맺힌다
공기가 온도를 만나 형태가 변하는 것이
전혀 새롭지도 않은 일상이건만
그냥 스쳐 지나가는 흐름이라 하기엔
바람의 온도도 하늘의 기운도
차갑다 못해 처절하다
앞이 보이지 않게 몰아치는 눈의 방울들이
아슬아슬 참고 있던 감정을 더욱 고조시킨다
당당히 칼바람에 맞서는 손가락도
애처로이 연한 살갗을 드러낸 귀 끝도
빨갛게 달아오는 콧부리도
이제는 다 털어내자며 한 무리를 이룬 듯
나를 다그친다
울고 싶으면 울어라
떨어지는 너의 눈물방울이나
지금 휘날리는 눈의 방울이나
빛이 닿으면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니
두려워말고 마음껏 떨어뜨려라
겨울이 눈에 맺혀도
어김없이 떠오를 태양에 언젠가는 다시 사라질 테니
소름 끼치는 시림도 아슬아슬한 매서움도
조화로운 선물이어라
칼바람이 시린 얼굴을 몰아치는 이 밤
외로운 모습이 하나 둘 사라진다
비뚤어진 발자국들은 진한 알코올 향을 남기며
서서히 얼어붙는다
그렇게 겨울이
다시 이 겨울이 눈가에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