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쓰지 않아도 열리는 아침

by소믈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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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무렵, ‘미라클 모닝’이 큰 유행이었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삶에 기적이 일어난다는 그런 의미였을까요. 2016년 한국에 출간된 할 엘로드 작가의 바카라 『미라클 모닝』은 전 세계적으로 300만 부 가까이 팔리며 수많은 사람들의 아침을 바꾸어 놓았지요. 글로벌 모닝 루틴 열풍이 거세게 불었고, 저 역시 코로나 시국을 지나며 그 흐름에 자연스레 올라탔습니다.


사실 저는 아침잠 때문에 출근 시간이 유연한 서비스직에 근무하기도 했습니다. 큰 바카라임이 따르는 일이 아니라면 오전 8시를 넘겨 일어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었지요. 둘째를 낳고 나서는 어쩔 수 없이 강제 기상을 해야 했습니다. 저녁 8시에 잠들어 새벽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눈을 뜨는 아기 때문에, 첫째나 남편이 깰까 봐 아이를 안고 거실 매트로 나와 함께 누워있곤 했습니다. 생후 12개월도 채 되지 않은 갓난아기의 정확한 생체 시계가 어찌나 얄밉던지요. 부족한 수면을 보충하려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서 둘째와 다시 낮잠을 청해야만 했습니다. 다행히 아이가 자라면서 기상 시간도 점차 늦춰졌고, 저는 다시금 늦은 아침을 맞이하는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다 마주한 코로나 시국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집에 머무는 날들이 1년 넘게 길어지자, 하루를 비생산적으로 흘려보내고 있다는 불안감이 찾아왔습니다. 주변에서도 “이러다 바보가 되어가는 것 같다”, “점점 멍청해지는 기분이다”라며 답답함을 토로하는 이들이 많았고, 저 역시 비슷했습니다.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해 종일 아이들과 부대껴야 했던 엄마들에게는 온전한 휴식은 실종됐죠.

가족을 챙기느라 분주한 엄마들이 오롯이 나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새벽과 이른 아침 사이뿐이었습니다. 독서, 글쓰기, 영어 공부, 신문과 경제 공부까지, 나만의 자기 계발을 위한 시간을 24시간 내에서 필사적으로 헤집어 찾아내야 했던 것이지요. 그 무렵 온라인을 중심으로 모닝 루틴 모임이 활성화되며 새벽 기상 열풍이 번졌습니다. 마스크를 쓴 채 동네에서 만나 인증을 하거나, 매일 오전 6시 전 모니터 앞에 모여 짧은 강의를 듣고 각자의 목표에 집중하는 모임이었습니다.


저도 큰마음을 먹고 한 달간 새벽 기상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첫날에는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자리에 앉아 무엇을 할까 고민만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정해진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리더군요.

그날의 실패를 딛고, 이번에는 유료 새벽 기상 인증 모임에 가입했습니다. 스스로 일찍 일어나는 것인데도 굳이 돈을 지불하고 시스템에 나를 묶어둔 셈입니다. 약속한 시간에 일어나 인증하지 못하면 내가 낸 보증금에서 500원, 1,000원이 차감되는 엄격한 벌칙이 있었습니다. 지우개 하나 살 수 있는 그 작은 돈을 결코 잃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석 달 동안 주말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일어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악착같이 만든 습관 덕분에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 열 권을 완독 할 수 있었고, 매일 오전 6시 새벽 수영도 3년 동안 꾸준히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년 여름, 발가락 수술을 받으면서 이른 기상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몇 년에 걸쳐 어렵게 다져놓은 습관이 사라지는 건 일주일도 걸리지 않더군요.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뜻할수록 이불속의 포근함을 떨쳐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침대에 누운 채, 머릿속으로는 할 일을 맞추며, 늦게 일어나는 생활에 익숙해진 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다시 이른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굳은 다짐이나 벌금 같은 강제성이 아니라, 몸의 자연스러운 변화 때문입니다. 밤 11시만 넘어가면 쏟아지는 잠을 이길 수가 없습니다. 몇 시에 잠자리에 들든 상관없이 다음 날 새벽 5시 30분, 늦어도 6시 30분이면 눈이 떠집니다. 더 자려고 눈을 감아보아도 소용이 없더군요.


주방으로 가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마신 뒤 거실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예전에 만들어 두었던 오전 루틴이 몸에 남아 있어서인지, 이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망설이지 않습니다. 다이어리를 펼쳐 전날 밤 적어둔 할 일들을 살피며 글을 쓰거나 바카라을 읽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몰입하다 보면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그러고도 아이들이 깨어날 때까지 시간이 남으면 영어 학습 앱을 켭니다. 좋아하는 영화를 교재 삼아 흘러나오는 대사들을 눈으로 보고 입으로 소리 내어 따라 읽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좋은 문장을 마주하게 될까 기대하는 마음으로요.


예전에는 새벽 시간을 억지로 붙잡으려 애썼다면, 지금은 몸이 알아서 아침을 열어주는 느낌입니다. 남편 역시 저보다 일찍 일어나 운동을 나서더군요. 나이가 들며 찾아온 호르몬과 생체 시계의 변화가 다소 낯설면서도, 굳이 애쓰지 않고 맞이하게 된 이 고요한 아침 시간이 꽤나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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