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생명체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예외가 있습니다. 모기입니다.
오늘 저는 제주도로 떠납니다. 비행기는 오전 11시입니다. 그리고 조금 뒤, 오전 5시 30분에는 세계사 스터디 모임도 있습니다. 일정만 봐도 저는 밤새 충분히 잤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모기 때문에 잠을 3시간밖에 못 잤습니다.
둘째랑 같이 자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자면서 자꾸 몸을 벅벅 긁었습니다. 그 소리에 자다 깨다 반복하다가 물었습니다.
"왜 그래? 그만 좀 긁으면 안 돼? 엄마까지 간지러운 거 같아"
"그게 아니라. 모기 물린 거 같아요."
그 말에 바로 거실로 나왔습니다. 전자 모기채와 모기 밴드가 들어있는 약통을 집어 들었습니다. 방에 들어가 불을 켰습니다. 아이는 허벅지를 가리켰습니다.
“여기랑, 여기가 간지러워요.”
2년 전, 일본에서 대량으로 온 호빵맨 모기 패치를 붙이려는 순간, 침대 프레임 머리 부분에 드세게 생긴 모기가 보였습니다. 이내 죽였습니다. 그리고 창문 쪽 흰색 블라인드 위에 앉은 모기를 포착했습니다. 그것도 바로 보내버렸죠.
"두 마리나 있었다고?"라고 말하며 불을 끄려는 순간, 눈앞에 또 한 마리가 지났습니다. 그때 뒤통수에서 "짝!" 소리가 나더군요. 둘째가 두 손으로 잡으려다 놓친 모기가 그대로 벽에 붙더군요. 전자 모기채로 마무리했습니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좌측 블라인드에 또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3분 동안 네 마리를 잡느라 잠이 다 달아나 버렸습니다.
"엄마, 다시 자요."
아이 옆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오전 4시 30분. 어차피 한 시간 뒤면 일어나야 했습니다. 어제 읽다 잠든 바카라을 들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아이 둘을 낳고 저층에서만 10년을 살았습니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 100명이 평생 볼 모기를 저는 한 해에 다 본 것 같으니까요. 본의 아니게 많이 죽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내는 소리도 금세 알아듣습니다. 빈방이나 화장실에 들어가면, 습관처럼 눈동자를 위아래, 좌우로 굴립니다. 나름 큰 편인 동공을 반사적으로 더 크게 뜨고 살피는 거죠. 1층을 떠나 11층으로 이사 와도 반사적인 행동은 여전합니다. 위층으로 올라와도 모기가 없을 줄 알았습니다. 있어도 한두 마리 정도? 올해 초에 이사 온 아파트는 환경이 습한가 봅니다. 1층에는 모기 서식지로 의심될 만큼 몇 백 마리가 모여있으니까요. 그렇다고 한들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오는 걸까요. 방충망도 있고, 창틀의 작은 구멍 하나하나 다 막아뒀는데 말입니다. 그저께는 열 마리 넘게도 잡았습니다. 대체 이들의 침투력은 어디까지일까요.
모든 생명체가 소중하다지만 모기만은 열외로 두고 싶습니다. 바퀴벌레보다 더 싫은 존재니까요. 오죽하면 아이들도 ‘원짝원킬‘에 익숙할까요.
오늘은 온라인 게임 생활을 하던 동기들과의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여행을 떠납니다. 허리 디스크도 있고, 수면 부족이라 걱정되지만 제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30분이라도 눈을 붙이며 컨디션을 조절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