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은 스케줄이 별로 없는 편이었다. 그래서 4월을 시작하자마자 피부과에 가서 왼쪽 광대 중앙에 있던 흑자를 제거했다. 시술을 하고 나면 2주 동안 메디폼을 붙여야 한다기에 숙원 사업처럼 미뤄둔 일이었다. 온라인이지만 대학 강의도 듣고, 중간고사도 있고, 첫째의 중학교 첫 시험도 있으니 이번 달은 달리기 전 숨 고르는 달로 만들자고 했다. 매주 일요일마다 이번 주는 별일 없을 거라며, 밀린 바카라을 읽고 넷플릭스를 보겠다고 다짐했다. 문제는 단 하루도 그 결심대로 산 적이 없다는 것. 분명 널찍하게 비워놨는데, 일정에 없는 일로 하루가 빼곡해진다.
생각보다 원광대학교 차 문화경영학과 수업에서 배울 양이 많았다. 낯설고 생소한 내용이 줄줄이 쏟아졌다. 이해도를 높이려 찾고, 메모하고, 다시 보기를 하다 보면 강의 하나에 두세 시간은 기본이다. 두 아이 공부도 봐줘야 한다. 수포자 엄마가 아이 수학을 봐주려니 개념부터 다시 붙잡게 된다. 벌써부터 모르는 게 많다는 게 들통날까 봐, 내가 먼저 찾아보고 이해해서 설명해 주는 데 꽤 많은 시간이 든다.
몸도 변수를 만든다. 엉덩이 밑으로 허벅지까지 아픈 통증이, 허리에서 시작돼 골반 어딘가의 신경을 누르고 있다. 이삼일 간격으로 도수치료를 받으러 간다. 몇 군데를 다녀도 호전이 없어서 약으로 버티다, 이제야 정확한 원인을 찾아준 병원에 정착했다. 여기에 활동하는 비즈니스 모임에서 주는 기본 역할과 예상치 못한 미션까지. 이렇게 보내다 보면 분명 한가하다고 여겼던 한 주의 주말이 성큼 다가온다.
요즘 『토지』를 읽는데 2004년에 방영된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있다고 했다. 50부작이라 큰마음 먹고 달려야 하는데, 한 편도 못 봤다. 끊임없이 할 일이 생긴 덕분일까. 물론 귀찮거나 짜증 내는 쪽은 아니다. 한꺼번에 쏟아지는 게 아니라 하나씩 던져지니, 별생각 없이 해내고 있었을 뿐이다. 주말을 맞이하고 나면 내가 언제 이런 걸 다 했나 싶다. “이번 주는 여유롭겠다”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한 주가 올해 들어 한 번도 그렇게 지나간 적 없었다는 사실을, 오늘에서야 눈치챘다.
다음 주도 중요한 일정은 없다. 그런데도 촉이 온다. 강의 계획서를 쓰게 될 수도 있고, 공실인 집에 갑자기 연락이 올 수도 있고, 누가 보러 온다 하면 청소부터 하고 싶어질 것 같고. 일이 안 생겨도 스스로 만들며 바쁘게 살 것 같기도 하다. 오늘은 이런 내 일상을 적어두고 싶었다. 빈칸을 만들어도, 만들어주는 대로 또 무언가를 채우며 사는. 여유를 쫓으면서도 여유를 놓치는. 나라는 사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