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타기를 기다리는 이들에게
부동산 시장에서 흔히 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집을 넓혀가는 '갈아타기'는 상승기에 해야 유리하다는 생각입니다.
내 집 가격이 올라 최고가에 팔면 그 돈으로 더 좋은 집을 살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시장을 지켜보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집이 오르더라도 상급지의 집이 더 올라서 갈아타는 것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갈아타기의 최적기는 상승기가 아니라 하락기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이야기합니다.
이유를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부동산 규제는 시장이 과열될 때 강화되고, 시장이 침체될 때 완화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집값이 뛸 때는 대출을 조여 수요를 억제하고,
집값이 가라앉을 때는 대출을 풀어 거래를 살리려 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과거 하락기마다 반복된 패턴이 있습니다.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가 완화되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적용 기준이 느슨해지며, 규제지역이 대거 해제됩니다.
이 시기에는 상승기라면 불가능했던 방식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집니다.
대표적인 것이 갭투자입니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크지 않을 때, 그 갭을 활용해 적은 자금으로 상급지 주택을 선점하는 방식입니다.
상승기에는 전세가율이 낮아지고 대출 규제까지 겹쳐 갭투자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반면 하락기에는 매매가가 눌리면서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고, 대출 문턱까지 낮아지니 자금 조달의 창이 동시에 열리는 셈입니다.
즉, 하락기는 '싸게 살 수 있는 시기'인 동시에 '돈을 빌리기 쉬운 시기'라는 두 가지 조건이 겹치는 구간입니다.
이 두 조건이 동시에 성립하는 시점은 흔하지 않기 때문에, 갈아타기를 계획하는 사람이라면 이 시기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함정이 있습니다.
하락기에 상급지로 갈아타려면, 먼저 내가 가진 집을 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하락기에는 매수 심리 자체가 얼어붙습니다.
거래량이 급감하고, 매물이 쌓이고, 호가를 내려도 문의조차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때 팔리는 집과 팔리지 않는 집은 명확하게 갈립니다.
기준은 단지의 '규모'와 '인지도'입니다.
이른바 네임드 대단지, 즉 세대수가 많고 브랜드 인지도가 높으며 거래가 활발했던 단지는 하락기에도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살아 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거래량 자체가 많았던 단지이기 때문에 실거래가 데이터가 풍부하고, 매수자 입장에서 시세 판단이 쉽습니다.
또한 세대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잠재 매수 수요층도 두텁다는 의미입니다.
반면 세대수가 적은 나 홀로 단지나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의 경우, 하락기에는 호가를 크게 낮춰도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수자 입장에서 '얼마나 내려야 적정한 가격인지' 판단할 기준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이렇게 조언합니다.
"갈아타기를 염두에 둔다면, 평소에 보유한 주택 자체를 유동성이 좋은 자산으로 만들어두어야 한다."
상승기에는 어떤 집이든 잘 팔립니다.
문제는 하락기입니다.
하락기에 '내 집을 제값에, 그것도 빠르게' 팔 수 있느냐가 갈아타기 성공의 절반을 좌우합니다.
이 때문에 대단지·역세권·학군 등 기본기가 탄탄한 단지를 보유하는 것이, 상승기 시세 차익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전략으로 꼽힙니다.
갈아타기에 성공해 상급지의 '똘똘한 한 채'를 마련했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 상급지로 진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 부담도 커졌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하락기와 침체기는 보통 한 번에 끝나지 않습니다.
짧게는 1~2년, 길게는 3~4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긴 구간 동안 대출 원리금을 안정적으로 감당하지 못하면, 어렵게 마련한 상급지 주택을 다시 헐값에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몰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하락기 급매물 중 상당수는 '집이 나빠서'가 아니라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서' 나오는 물건입니다.
즉, 레버리지를 활용한 갈아타기 전략이 성공하려면 대출 이자를 버텨낼 수 있는 현금흐름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부동산 투자에서 '자기 계발'이 언급되는 것이 다소 뜬금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매우 직접적인 연관이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인이라면 몸값을 높여 근로소득을 늘리거나, 부업이나 사업을 통해 추가 현금흐름을 만들어두는 것.
이것이 침체기 레버리지를 버티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꼽힙니다.
정리하면
하락기는 규제 완화로 '자금 조달'이 쉬워지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내 집 매도'가 쉽지 않을 수 있으므로, 평소 유동성 좋은 대단지를 보유해야 합니다.
대출을 최대한 활용했다면, 그 대출을 버텨낼 현금흐름을 별도로 확보해야 합니다.
세 가지 조건은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출이 쉬워지는 시기, 내 집이 팔리는 조건, 그리고 그 대출을 버티는 힘.
이 세 가지가 동시에 갖춰져 있어야 갈아타기라는 전략이 비로소 완성됩니다.
시장의 문이 열리는 시기는 짧습니다. 그 문이 열렸을 때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는, 평소의 선택들이 결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