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널다
며칠 전 글을 주고받다가 '빨래'라는 단어를 썼다. 그 후로 내 마음속엔 자꾸 빨래라는 말이 맴돌았다.
어릴 적 우리 가족은 집이 없었다. 산등성이에 옥상이 있는 집 한켠에 살았는데, 집주인 할머니, 할아버지는 좀 까다로운 어르신들이었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래도 옥상은 나에게 특별한 공간이었다.
엄마는 아침이 되면 늘 우리에게 "옥상에 올라가서 해님 좀 보고 오너라" 하셨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학교 가기 전 아침마다 옥상에 올라가 해님과 눈싸움을 하기도 하고, 눈이 부시면 잠시 눈을 감고 해님을 보며 눈앞에 아른거리는 빨간빛이 그저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일 옥상에 올라간 기억이 난다. 그리고 옥상에 빨래를 널러 가는 것도 내 일상 속 작은 심부름 중 하나였다.
빨랫줄이 축 처져 있으면 이쪽 벽과 저쪽 벽에 줄을 단단히 고정하고, 줄이 처지지 않도록 긴 나무 막대기를 가져와 밑에서 받쳐 세웠다. 막대 끝이 팽팽하게 줄을 밀어 올리면, 늘어져 있던 줄이 하늘을 향해 곧게 펴지던 그 느낌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빨랫줄 위에 빨래를 척척 걸쳐 놓으면, 물기를 머금은 옷가지들이 축 늘어져 물이 뚝뚝 떨어지곤 했다. 언제 마르나 하고 널어 놓고 내려오면, 반나절도 안 되어 빳빳하게 잘 말라 있던 빨래들. 옷가지와 수건을 정리할 때마다 나던 그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감촉이 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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