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은 같은 물결에서 반짝인다
살다 보면 문득 깨닫는 순간이 있다. 세상에는 나와 잘 맞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애써도 끝내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 예전의 나는 그 차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잘 몰랐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냥 내가 조금 더 이해하면 되겠지.', '조금 더 맞춰 주면 괜찮아지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관계를 붙잡으려고만 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었다.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결이 있다는 것을.
나무에도 결이 있고 내가 좋아하는 바느질하는 천에도 결이 있듯, 사람에게도 살아온 시간만큼 만들어진 결이 있었다. 말을 선택하는 방식, 사람을 대하는 태도, 돈을 바라보는 시선, 실패를 견디는 마음, 감사하는 습관까지 모두 한 사람의 결이 만들어진다. 그 결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선택과 경험, 기쁨과 아픔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든다.
그래서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이상할 만큼 마음이 편안하다. 오래 알지 못했는데도 마음이 먼저 다가가고, 많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한다. CF 멘트처럼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고, 침묵조차 어색하지 않고, 함께 있는 시간이 부담이 아니라 쉼이 되었다. 반대로 결이 다른 사람과는 아무리 좋은 마음으로 다가가도 자꾸만 어긋나게 된다. 말의 의미가 달라지고, 기대가 엇갈리며, 작은 일에도 상처가 쌓이는 것을 경험했다. 예전에는 그런 관계를 보며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르게 생각을 하고 있다. 틀린 것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면 마음이 편안하다.
시냇물이 산을 내려와 강이 되고 강이 바다를 향해 흐르듯, 사람도 자신의 결을 따라 흘러간다.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은 결국 같은 물길에서 만나게 된다. 억지로 물길을 바꾸려 하면 물은 넘치거나 막히지만, 자연스럽게 흐르게 두면 제 갈 길을 찾아간다.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맞추기 위해 나를 잃어버린다면, 그 관계는 오래가기 어렵다. 하지만 내 삶의 방향을 잃지 않고 살아가다 보면, 신기하게도 비슷한 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는 것을 요즘 참 많이 느끼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연이 아니더라도 몇 사람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나는 참 좋다. 흐르는 물처럼 흘러갈 사람은 흘러가게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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