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다치지 않기를
어젯밤 딸아이가 엄마 얼굴이 보고 싶다며 집에 왔다.
"수고했어." 등을 토닥이니 딸아이는 품에 폭 들어온다. 피곤할 테니 어서 자라고 방으로 들여보냈다.
이른 아침, 딸아이가 자는 방문을 닫고 부엌에 섰다. 딸 녀석은 묵은지를 넣은 투박한 김밥을 좋아한다.
오늘은 주일이다. 솔직히 주일날에 김밥을 싸는 일은 나에게 좀 무리를 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이른 아침 나는 김밥을 쌌다. 어젯밤 재료를 다 준비하고 아침엔 새하얀 쌀밥을 고슬거리게 만들어 김밥을 쌌다.
작년에 담근 김장김치는 어느새 묵은지가 되어 깊은 맛으로 잘 익어 있었다. 묵은지를 깨끗이 씻고, 맛살,
어묵, 시금치에 참기름과 소금, 깨를 넣어 조물조물 무쳤다. 노란 단무지는 싫어하지만, 오늘은 우엉과 함께 묶음으로 딸려온 녀석이라 슬그머니 넣었다. 김발에 김 한 장 깔고, 손 주먹보다 조금 작게 밥을 얇게 폈다. 재료를 하나씩 올리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 맛있어져라. 딸이 먹을 거니까, 맛있어져라. 일하면서 받은 상처들, 누군가의 날 선 평가, 그래도 애써 버텨온 시간들 모두 이 김밥 먹으며 싹! 사라져 치유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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