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스케줄이 전부 달라지는 100일을 겪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100일, 바로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의 100일이다. 최근에는 그나마 규칙적인 삶을 얻었다. 아이가 밤부터 아침까지 통잠도 자주고, 잘 울지 않아 순한 편이라 육아가 괜찮다. 그럼에도 육아 이전의 일상과는 완전히 다르긴 하다. 임신을 했을 때 내 몸이 가장 많이 변했다면, 육아를 하고서는 삶의 패턴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난 후 일어난 짧은 기간 변화한 패턴들을 적어본다.
더 이상 우리 집에는 알람이 필요 없는데, 아침은 아기님이 깨워주시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중이라 출퇴근의 압박에 시달라지는 않아도 되지만, 기상 시간은 우리 아기 회장님이 정해 주신다. 회장님의 찡얼댐 혹은 울음소리로 가족의 아침은 시작된다. 회장님이 일어나시면 함께 일어나고 수유도 하며 하루가 시작된다. 물론 통잠을 자지 않을 땐 더 심했다. 일어나시라고 명령하면 그냥 일어나서 수유를 한다. 군대도 가지 않았는데 불침번을 서는 기분이었다. 밥을 먹다가도 만약 아기가 울면 헐래 벌떡 먹고 일어난다. 남편이 아이를 잘 봐서 외출도 하고, 다른 일도 하긴 하지만, 매일의 일상 속에서 아이의 콜에 우리는 황급히 호출된다. 아기가 밤에 자고 나면 그야말로 육퇴라 여유롭긴 하지만 내 스케줄 조정권은 우리 아가 회장님 손에 달려 있다. 지금도 이 글은 아이가 낮잠을 잘 때 후다닥 쓰고 있다. 곧 올릴 수 있으니 조금만 더 자줄래..?
모유수유를 하면서 내 가슴은 온전히 아가의 것이 되었다. 모유수유에는 왼쪽 15분, 오른쪽 15분 최소 30분의 시간이 들어간다. 하루 4~6번의 수유를 하기에 3시간씩 거의 아이에게 내주는 샘이다. 그래도 모유수유가 면역력에 더 좋다고 하니 가급적이면 계속해보려 한다. 모유 수유를 하고 트림까지 시키면 한 시간도 후딱 간다. 하지만 수유만 하는 게 아니라 유축도 한다. 유축은 아이에게 먹이지 않고 직접 유축기를 통해 모유를 짜서 보관해 두는 방식이다. 이걸 해야 젖량이 많이 는다고 한다. 그리고 수유를 한 지 1시간 내에 해야 한다. 그래서 방금 밥을 먹은 아기를 옆에 눕혀두고 유축을 한다. 아기가 울면 "조용히 해 지금 네 밥만드는 중이야!" 라며 달랜다. 이런 건 애를 낳기 전에는 미처 몰랐던 상식들이다. 유축기 앞에서 젖을 자다 보면 뭔가 기묘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더 이상 내 가슴은 몸의 한 부분이 아니라 아이의 식량(?)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리고 장시간 아이에게 젖을 주지 않으면 가슴에 젖이 차서 무겁고 괴로워진다. 그래서 강제적으로라도 유축을 해야 한다. 이제 내 가슴은.. 네 거야. 그래도 배고플 때 밥을 먹으려 입을 쩍쩍 벌리는 아이의 귀여운 얼굴을 보면 내 몸도 아깝지 않고 사랑스럽다.
너 만큼은 내 폰을 보지 마, 근데 카메라는 보고 사진은 찍혀야 해! 이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이 모순을 아기에게 대입 중이다. 셀카도 남편사진도 안 찍지만, 아기 사진은 100장이 넘는다. 하루에도 몇 백장씩 찍는 것 같다. 그래서 갤러리와 드라이브가 남아나질 않는다. 그 와중에도 애기가 핸드폰을 보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서, 릴스나 영상을 볼 때면 필사적으로 화면을 돌린다. 우리는 몰래 폰을 하는 몰폰북도 샀다. (바카라 커버로 핸드폰 하는 걸 위장하는 것이다. 사진도 첨부해 본다)
폰 화면을 아기가 빤히 볼 때가 있어, 사생활 보호 필름도 붙였다. 아기들도 검은 화면이 보이면 지겨워서 얼굴을 돌린다고 한다. 지금껏 누가 핸드폰을 훔쳐보든 상관이 없었는데 아기만큼은 미디어 노출을 자제해 주는 중이다.
아기가 태어나고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 내 스케줄, 내 몸, 내 폰까지 점령해 버린 아기. 그리고 아마도 더 많은 것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시선도 바뀌고 생각도 바뀌고 금전감각도 바뀌겠지. 내 삶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100일이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그 변화가 즐겁게 받아들여진다. 타고난 J지만 날 P로 만들어버린 너. 그럼에도 내 스케줄이 너에게 달린 것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