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일상이 모두 스토리다. 드라마의 스토리들은 결국 우리 일상에서 시작된다. 드라마의 스토리라는 건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들을 바탕으로 조금 더 꾸며지고 포장된 연출들이다. 멀리서 찾지 마라. 스토리는 가까이에 있다. 내 옆을 잘 쳐다보고, 둘러보면 내 옆과 뒤에 있다 . 내 앞에 있다. '부모님 인생 인터뷰' 퇴근하고 집에 들어와 후짝 청소기를 돌려 놓고, 설거지를 해 놓은 뒤 비워져 있는 밥통을 확인하고 후딱 쌀을 씻어 물에 담가 놨다. 재빨리 샤워를 하고, 아들의 바카라가방을 확인했다. 아들이 용돈을 다 썼으면 천 원이라도 더 챙겨 넣어 주고, 가방 안이 정리가 안 돼 있으면 정리해 주기 위해 거의 매일 확인한다. 아들의 물건을 따로 살피거나 다른 걸 건드리는 일은 하지 않는다. 아들을 키우다 보니, 동의서나 안내문 같은 걸 깜빡하고 안 꺼내 주는 일이 자주 있어서다. 아들의 용돈 지갑을 알아서 조용히 챙겨놔 주기 위해서일 뿐이다. 그런데 아들의 가방에서 '부모님 인생 인터뷰"란 타이틀 이 써 있는 프린트 물을 발견했다. 아들에게 뭐냐고 물으니 학교 과제라고 했다. 나는 선생님이 학교 알림용으로 쓰는 앱에 띄워 놓은 알림장을 확인했다. '부모님 인생 인터뷰'를 정중히 잘 해 왔으면 하는 당밈 선생님의 당부 글이 있었다. 나는 A4 용지인 과제 프린트 물 한 면에 빼곡히 적힌 질문지를 읽으며 생각이 많아졌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어린시절부터 엄마의 꿈과 그동안의 인생에 대해 어떤 말을 해 줘야 할까? 나는 고민했다. 일터에서 일을 하다 휴계시간에 공원에 앉아 음악을 듣다가 일단 톡으로 인터뷰 전의 참고 요약본을 전송해 줬다. (아들, 엄마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동네 골목 대장이었다. 할머니가 예쁘게 원피스 입혀서 학교에 보내면, 친구들 이끌고 비 내리는 날 동네 주민 텃밭인 배추 밭에 들어가 달팽이 잡곤 했다. -- 생략--- 엄마는 고생 없이, 크게 부족함 없이, 무난히 자랐지. 엄마는 학교 다닐 때 방송반 쫓아 다니는 걸 좋아했어. 엄마는 초 1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장래희망 란에 한 번도 변함없이 영화 감독이나 작가가 되고 싶다고 썼단다. 어릴 때부터 영화랑 드라마 보는 걸 엄청 좋아했거든. 20대랑 30대에는 드라마 작가 전공하며, 시로 문학 잡지에 등단하고 동시로는 유명 아동 잡지에 최종 심사까지 올라 그 잡지에 이름이 기재 되기도 했단다. 프리랜서로 뮤직비디오 시나리오, 방송 프로 메인 작가로 일하며 성공하려고 혼자서 열심히 했단다. 지금 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단다. 그러다 서른 후반에 우리 아들을 가졌지. 노처녀 나이에 엄마 배 속에 생긴 우리 아들이 엄마한테는 너무 신기하고 귀하고 소중했단다. --- 생략 --- 엄마는 네가 너무 신기하고 사랑스러워서, 네가 아기 때 거의 잠도 못 자고 네가 품에서 내려 놓기만 하면 울어서 너를 힙시트로 안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면서도 산후 우울증 같은 것도 모르고 육아를 했단다. -- 생략 --- 하늘이 널 선택해 성공하게 해 준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슬롯에 기부도 하고 서루 나누고 돕고 살아야 한다고. 엄마는 우이 아들과 그런 인생을 살고 싶단다. -- 생략 ---) 들여다보면 이혼 전까지는, 아들과 둘이만 남은 싱글맘이 되기 전까지는 , 방송 작가 일을 하며 겪은 일들 빼고는 평범했다. 하지만 그 평범함에 개성 강한 캐릭터를 집어 넣어 스토리 라인을 구성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스토리 라인이란 건 그런 거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유에서 유를 창조하여 만들어 내는 우리들의 이야기이자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게 과거의 역사이든, 현재의 모습이든, 예상과 상상으로 만들어낸 판타지이든! 결국 모든 스토리는 사람과 일상에 관심을 갖는 나에게서 나온다. 나의 관찰력과 세상에 대한 관심으로 만들어지는 거다. 그렇기에 스토리라는 건 절대 궁색해지거나 바닥 날 수가 없다. 세상의 계절은 매년 같은 이름으로 머무는 계절이지만 매년 그 계절의 모습은 조금씩 다른 것과 같다. 매년 년도와 시대가 변해가고 슬롯의 모습이 변화해가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도 매년 조금씩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스토리 라인은 끊임 없이 구성되고, 만들어진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의 소소한 하나의 뼈대에 살을 붙이며 흥미를 만들어 내고, 볼거리를 만들어 내는 게 바로 스토리 작가의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