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변호사에서 주재원 와이프로
꼭 필요한 사람이되자. 우리집의 가훈이었다.
나는 늘 누군가에게 기쁨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중학교때 우연히 좋은 성적을 받았을 때는 부모님이 기뻐하셨다.
그때 깨달았다. 학교에서 필요한 사람은 성적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하면 인생이 망한다.
늘 미래에 대한 불안, 타인의 인정과 관심을 받고 싶다는 마음으로
외고, 좋은 대학, 로스쿨까지 졸업해서 변호사가 되었다.
변호사가 되어서도 꼭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아침 일찍 출근해서 새벽까지 일하면서도,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지 못할까 전전긍긍하고
조금이라도 한가하면 마음이 불안했다.
맡은 일을 잘 해내야한다는 바카라임감에
동료들과 커피한 잔할 여유도 갖지 못했다.
좋은 직업, 좋은 온라인 게임, 적당한 시기 결혼까지
사람들이 말하는 성공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일 외의 나와 가족을 돌볼 시간은 없었다.
2023년 어버이날,
뇌졸중으로 아빠가 쓰러졌다.
아빠는 그 길로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갑자기 내 안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열심히 일할까?
나는 무슨 일을 해야 행복할까?
나는 뭘 위해 살아야할까?
내가 죽으면 어떤 흔적이 남을까?
30대 중반,
남들보다 뒤늦은 사춘기가 찾아왔다.
사람들과 말하고 싶지 않아졌고, 이유 없이 우는 날이 많았다.
남편은 내게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다며,
회사에서 주재원에 지원했고 합격했다.
그렇게 우리가 새롭게 살아갈 곳이 정해졌다.
튀르키예, 부르사
나는 낯선 도시 부르사에서
내게 뒤늦게 찾아온 질문들에 제대로 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