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산—산이 사라진 뒤, 길은 누구의 것이 되었을까

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의 삶. 90

by호시우행

중국 고전 『열자』의 「탕문」에는 산을 옮기려 했던 노인 우공의 이야기가 나온다. 우공의 집 앞에는 태행산과 왕옥산이라는 두 큰 산이 가로놓여 있었다. 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려면 먼 길을 돌아야 했다. 아흔 살에 가까운 우공은 가족들과 함께 산을 파서 옮기기로 했다. 이웃의 어린아이도 일을 거들었다. 지수라는 노인은 그 일이 불가능하다며 비웃었다. 우공은 자신이 죽더라도 자손들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산신은 산을 끝없이 파낼까 두려워 천제에게 알렸다. 천제는 우공의 뜻을 가상하게 여겨 두 신에게 산을 옮기도록 했다. 그 뒤로 기주 남쪽에서 한수 남쪽까지 길을 가로막는 큰 산이 없어졌다.


우공이 바라던 일이 이루어진 뒤의 마을을 생각해 본다. 산을 돌아 먼 길을 걸어야 했던 사람들은 이제 곧장 다른 마을로 갈 수 있다. 멀리 있는 친척을 찾아가는 일도 한결 수월해진다. 짐을 지고 장터에 가던 사람은 길에서 보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산을 옮기는 데 힘을 보탰던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넓은 땅을 보며 기뻐했을 것이다. 그러나 산이 사라진 자리에 어떤 길을 낼 것인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저마다 편한 곳으로 걸어 다녔을 것이다. 발길이 잦은 자리에는 풀이 줄어들고 흙이 단단해진다. 짐을 실은 수레가 다니기 시작하면 바퀴가 지나갈 만큼 넓은 길이 필요해진다. 비가 내린 뒤에는 바퀴 자국에 물이 고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길을 조금씩 고쳐 가며 오갔을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가장 짧다고 여기는 길이 누군가의 밭을 가로지른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그 밭의 주인은 해마다 그곳에서 곡식을 길렀을 것이다. 봄이면 씨앗을 뿌리고 여름이면 작물을 돌보았을 것이다. 산이 사라진 뒤 사람들은 그의 밭 가장자리로 걸어 다니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몇 사람의 발자국이었지만, 오가는 사람이 늘어나면 작물이 자랄 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 수레까지 다니려면 밭의 일부를 길로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편리한 지름길이지만, 밭주인에게는 한 해의 수확이 달린 땅이다.


마을 사람들이 길을 내기 위해 모였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사람은 가장 짧은 길을 택하자고 말한다. 다른 사람은 수레가 다닐 수 있도록 길을 넓히자고 한다. 밭주인은 자신의 땅을 가로지르지 않는 길을 찾아 달라고 요청한다. 조금 돌아가면 밭을 피할 수 있지만, 그만큼 길이 길어진다. 마을 사람들은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 의논한다. 산을 없애자는 뜻에는 함께했어도 새 길의 자리를 정하는 일에는 서로 다른 생각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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