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이야기 속에서 다시 만나는 인간의 삶 89
파에톤은 태양신 헬리오스의 아들이었다. 그는 자신의 출생을 의심하는 말을 듣고 아버지를 찾아갔다. 헬리오스는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맹세했다. 파에톤은 하루 동안 태양의 마차를 몰게 해 달라고 청했다. 아버지는 위험을 경고했지만 이미 한 맹세를 거둘 수 없었다. 마차에 오른 파에톤은 불을 뿜는 말들을 다루지 못했다. 태양의 마차가 제 길을 벗어나자 숲과 들판이 불타고 강물이 말랐다. 제우스는 더 큰 재앙을 막으려고 벼락을 던졌고, 파에톤은 마차에서 떨어져 죽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는 그 뒤에 남겨진 이들의 사연도 전한다. 어머니 클리메네는 아들의 무덤을 찾아갔다. 자매들은 슬픔에 잠겨 나무로 변했고, 친구 키크노스는 백조가 되었다. 아들을 잃은 태양신은 다시 마차를 몰지 않으려 했지만, 신들의 설득 끝에 자신의 일을 계속했다.
태양이 다시 떠오른 다음 날, 불길이 지나간 땅에서 사람들이 아침을 맞는 모습을 생각해 본다. 하늘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해가 떠 있지만, 마을 가까이에 있던 숲은 검게 타 버렸다. 나무를 베어 땔감을 마련하던 사람은 숲으로 들어가 살아남은 나무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강에서 물을 길어 오던 사람은 물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밭을 일구던 농부는 흙과 작물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 그들은 태양의 마차를 본 적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파에톤이 지나간 자리는 그들의 생활 속에 남아 있다.
강가에 자리 잡은 어느 마을의 우물물이 크게 줄었다고 상상해 보자. 아침에 물을 길으러 나온 사람들이 우물 바닥을 살펴본다. 평소에는 두레박을 몇 번이고 내릴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물이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 먼저 도착한 사람이 필요한 만큼 물을 길어 간다면 뒤에 오는 사람은 빈 물동이를 들고 돌아갈 수도 있다. 마을 사람들은 우물가에 모여 남은 물을 어떻게 나눌지 의논하기 시작한다. 물이 부족해진 뒤에야 이전에는 정할 필요가 없었던 약속이 필요해진 것이다.
우물가에 모인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 집에 병든 가족이 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은 어린아이에게 먹일 물이 필요하다고 한다. 가축을 기르는 사람은 짐승들에게 줄 물도 남겨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모두가 자신의 사정을 이야기하지만, 우물에 남은 물은 늘어나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은 누구의 말이 더 절박한지 쉽게 판단하지 못한다. 물을 나누는 일이 어려운 까닭은 사람들의 사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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