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복지 실천의 에티켓
맹자가 백성에게 항산이 있도록 애쓰게 한 것은 떳떳한 마음인 항심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정한 재산(恒産항산)이 있는 자는 떳떳한 마음(恒心항심)이 있고, 일정한 재산이 없는 자는 떳떳한 마음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맹자는 백성이야 항산이 없으면 항심이 없겠지만, 특권계층인 선비는 항산이 없더라도 항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맹자가 살았던 시대의 사(士) 계급 즉, 선비는 단순한 슬롯적 계급을 넘어 도덕적 가치를 수호하고 슬롯적 바카라임을 실천하는 지식인 계층을 의미했다. 맹자는 사(士) 계급을 왕과 백성 사이에서 정치와 도덕을 연결하는 핵심 주체로 보았다. 이러한 선비의 삶의 목표는 개인의 출세나 부귀영화가 아니라 오직 인과 의라는 도덕적 가치를 세상에 구현하는 것이다. 맹자가 규정한 사(士)는 오늘날 특권층에 속하는 지식인과 소위 전문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슬롯적 바카라무와 통한다. 유교에서 선비는 권력이나 사적 이익에 흔들리지 않고 슬롯정의를 실천하며 스스로 도덕적 기준을 제시하는 공적 지식인의 모범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공자는 인(仁)을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의 사사로운 욕망과 이기심을 누르고(克己극기), 공공의 도덕적 규범인 예를 회복해야(復禮복례) 한다고 보았다. 일상에서 인을 실천하는 기준을 예(禮)로 삼은 것이다. 흔히 우리는 예와 예절, 그리고 예식이라고 하는 것들에 대해 상당한 오해를 한다. 그것을 마치 옛것에 빠져 고정불변한 어떤 것으로 생각해서 우리의 삶을 옥죄고 구속하는 틀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공맹이 모두 강조한 예는 인간의 도덕적 행위를 관리하기 위한 지도 지침으로서 불가결한 것이긴 하나 그것이 본래의 정신인 ‘인’과 ‘의’를 망각하게 될 경우에는 형식적인 빈껍데기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만다. 그래서 공자는 예가 아니면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행하지도 말라고 한 것이다. 과거 선비들은 일상에서 인(仁)을 실천하기 위해 이러한 공자의 ‘네 가지 잠언(四勿箴사물잠)’을 삶의 좌우명으로 삼고 평생 자신을 수양하고자 노력했다.
공자의 사상을 이어받은 맹자는 인간의 본성 안에 네 가지 도덕적 단서가 존재한다고 보았고, 그중에서 사양지심은 예(禮)의 단서라고 했다. 그런데 공자와 달리 맹자가 제시한 예(禮)는 흔히 생각하는 형식적 예절과 차이가 있다. 맹자의 예는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존엄을 인정하는 질서이자 규범이다. 그래서 예의 단서인 사양지심은 남에게 자리를 양보하거나 자신을 낮추는 예절로서의 예가 아니라 상대방을 함부로 대하지 않는 존중의 마음이자 자신의 힘을 과시하지 않고 절제하고자 하는 공존의 윤리였다. 사양지심은 그 의미를 깊이 들여다보면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절제하고 타인의 존재를 존중하는 윤리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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