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픔을 회피할 수록 상처는 아물지 않습니다
저의 지인 중에 방파제에 들이닥친 거센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진 어린 아이 2명을 구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구조를 마치고 다시 뭍으로 올라오다가 바닷물 속에 있던 날카로운 갯바위에 엄지발톱이 걸리는 바람에 발톱이 들려지는 부상을 당했습니다.
사고 이후 근 2개월 동안 이루 말할 수 없는 (문자 그대로 '몸서리 치는') 통증을 감내하며, 체중을 지탱하는 엄지발가락이 온전하지 못해 걸음걸이가 자유럽지 못한 상태에서 치료와 회복을 위해 불편한 생활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그 분은 당시 사고의 순간을 생각만 해도 여전히 통증을 느끼는 것처럼 몸서리를 칩니다. 발톱이 떨어져나가지 않기 위해 매일 통증이 엄습하는 부상 부위를 직시하며 소독을 해야 했고, 진통제와 소염제를 복용하면서 적절한 치료를 한 덕분에 지금은 발톱 아래에 새로운 발톱이 자리를 잡았고 거의 회복이 된 상태입니다.
이처럼 아픈 신체의 특정 부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 상처를 직시하며 치료를 해야 합니다. 상처를 외면하거나 회피하면 상처가 덧나거나 악화되어 온전한 상태로 되돌아오기가 힘들 수도 있습니다.
마음에 다가온 한 구절(Quiet Time)
그러자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불 뱀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아 놓아라. 물린 자는 누구든지 그것을 보면 살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모세는 (불에 타는 듯한) 구리 뱀을 만들어 그것을 기둥 위에 달아 놓았다. 뱀이 사람을 물었을 때, 그 사람이 구리(로 만든) 뱀을 쳐다보면 살아났다. (NAB 한글번역, 민수기 21, 8-9)
8 God said to Moses, “Make a snake and put it on a flagpole: Whoever is bitten and looks at it will live.” 9 So Moses made a snake of fiery copper and put it on top of a flagpole. Anyone bitten by a snake who then looked at the copper snake lived. (The Message, Numbers 20, 8-9)
광야에서 오랜 기간(약 40년 동안) 생활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삶이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느낄 때면 거리낌없이 불평을 쏟아내었습니다.
불평을 쏟아내기 직전에는 가나안 사람들과 전쟁을 할 때, 전쟁만 이기게 해 준다면 점령한 그 땅을 바치겠다고 주님에게 서슴없이 맹세를 했던 이스라엘 사람들입니다. 주님은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소원을 들어주어 전쟁에서 이기게 해 주었습니다.
전쟁이 승리로 종결된 후, 이스라엘 사람들은 빵과 물이 없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음식이었던 만나(Manna) 등 보잘 것 없는 음식을 혐오한다고 또 다시 외쳤습니다.
사람들은 그대로인데...생사가 오가는 전쟁을 이기도록 힘을 실어준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어찌 이럴 수 있을까요? 사람들은 자기가 아쉬울 때는 주변에 온갖 도움이나 협조를 요청하지만, 아쉬움이 해결되면 문제 해결을 도와주었던 타인의 배려와 은혜를 자주 망각하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이에 주님은 독이 있는 거대한 뱀(Serpents: 비단뱀, 코브라, 살모사와 같은 거대한 독사)을 보내 감사함을 모르는 이들을 징계하며 사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이에 다시 자신들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 사람들이 애원하자, 주님은 구리(Copper)로 뱀 모양을 만들어 기둥에 달으라 하였고, 그 형상을 본 사람은 기적처럼 다시 치유가 되도록 하였습니다.
구리로 만든 뱀의 형상을 볼 때 마다 머리 속에는 독사에 물린 당시의 끔직했던 상황이 다시 떠 올랐을 수도 있었을텐데, 우선 목숨부터 살고 보아야 하기에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 형상을 똑바로 쳐다보아야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지시한대로 지난 상처의 트라우마를 직시하지 않으면, 상처가 온전히 치유될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본능적으로 알았을 겁니다.
오늘을 살고 있는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깊은 상처 하나쯤은 평생을 짊어지고 생활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육체적인 질병 혹은 마음의 상처없이 온전히 살고 있는 사람이 전무합니다.
그 상처에서 벗어나 온전히 치유가 되고, 마음의 평화와 평온함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픈 상처를 직시하며 배경과 원인, 현재까지 처한 결과를 하나 둘씩 복기해야 합니다.
비록, 잔인할 정도로 아픈 과정이지만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상처는 일시적으로 봉함만 될 뿐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속으로는 상처가 썩어들어가고, 곪아서 터질 지경에 이르면 그게 육신의 상처이든 마음의 상처이든 죽음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또한, 몸이 다치는 상처보다 마음이 비참해지거나 참담해 지는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상처'가 더 오래도록 아픈 흔적을 남긴다고 여깁니다.
상처 이후, 온전한 삶을 원한다면 과거의 아픔-악! 소리가 안날 정도로 무척 아플 수도 있겠지만-을 하나 둘씩 되돌아보고 전문가의 도움과 더불어 영혼의 치유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저 또한 미국에서 (한국 교포가 아닌) 현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30년 이상 심리치료 전문 의사로 활동하다가 고향인 서울에서 마지막 여생을 보내려고 귀국하신 의학박사님의 도움을 받아 뼈속 깊이 박혀있던 마음의 상처를 1차로 치유했습니다.
1회 60분, 총 6개월의 치유기간 동안 10분 대화하고, 나머지 50분간을 크리넥스 티슈 2통을 다 쓸 정도로 통곡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저는 통곡을 했던, 그 순간의 당시 상황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통곡이 끝나고 나서, 정신을 좀 차린 후에 "내가 저 많은 휴지를 다 썼다고요?" 라고 반문할 정도였으니까요...
울고 나니...제 주위에는 콧물과 눈물로 널부러진 휴지들만 잔뜩 있었고, 가슴 한 복판에 구멍이 난 듯이 뻥 뚫린 시원스런 느낌, 눈을 들어 창 밖을 보니 그 동안 회색빛으로만 보였던 하늘이 참 맑다고 느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상담을 받으러 올 때는 전혀 인식하지 못했던 길가의 화분에 핀 꽃들이 눈에 들어왔고, 다양한 꽃들이 참 아름답다고 처음으로(?) 느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결되어야 만 하는 영혼의 치유와 정신적 평온함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지금과 같이 고대의 기록을 읽으며, 깨달음을 얻고, 월화수목금토는 하루하루를 감사하며 살아가며, 일요일에는 가까운 성당에 나가 감사의 기도를 드리며 새롭게 시작되는 한 주간을 맞이합니다.
본문 요약 (Summary, 민수기 Numbers 21, 1-35)
네게브(Negeb)의 가나안 (Canaan) 사람 아랏(Arad) 임금이 이스라엘( Israel )을 공격하여 사람들을 포로를 잡자, 이스라엘 백성은 성읍들을 완전히 바치겠다고 주님(LORD)께 맹세하였습니다.
주님께서 그들의 서원을 들어주어 가나안 사람들을 무찌르자 사람들은 그곳을 호르마(Hormah, '완전한 승리와 전멸'을 의미 Utter destruction)라 불렀습니다.
이후 사람들은 호르(Hor) 산을 떠나 에돔(Edom) 땅을 빙돌아가다가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사람들이 하느님과 모세(Moses)에게 불평하며 빵과 물이 없고 보잘것없는 음식을 혐오한다고 외치자, 주님께서는 불뱀(serpents)들을 보내시어 많은 사람들을 죽게 하였습니다.
사람들이 다시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며 구원하여 주기를 청하자, 모세는 주님의 말씀대로 구리 뱀(bronze serpent)을 만들어 기둥 위에 달았으며 그것을 바라본 이들은 모두 살아났습니다.
사람들은 오봇(Oboth)과 이예 아바림(Iye-abarim), 제렛(Zered) 골짜기를 거쳐 모압(Moab) 경계인 아르논(Arnon) 건너편에 캠프를 차렸습니다. 이어 베에르(Beer)라는 우물가에 이르러 우물을 노래하고, 마타나(Mattanah), 나할리엘(Nahaliel), 바못(Bamoth)을 거쳐 피스가(Pisgah) 산 봉우리에 이르렀습니다.
이스라엘은 아모리(Amorite)족의 왕이었던 시혼(Sihon)에게 국경 통과를 청했으나 거절당하자, 전투를 벌여 야하츠(Jahaz)에서 그를 무찌르고 헤스본(Heshbon)을 비롯한 영토를 점령하였습니다.
또한 모세가 야제르(Jazer)를 점령한 뒤, 바산(Bashan)족의 왕이 이끄는 오그(Og)의 군대마저 에드레이(Edrei)에서 온전히 무찔러 그의 땅을 차지하였습니다.
참고문헌 Bibliography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 '굿뉴스> 성경읽기> 구약성경> 민수기> 21장'
Eugene Peterson, <The Message>, Numbers 21, Biblegatew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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