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코끼리 만지기

무작정 독일로 떠난 30대 백수. 이 카지노 게임에만 지금까지 108개의 글을 적었다. 108 번뇌를 모두 담은 건지, 그 이상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사실 온라인카지노에 독일에 대한 글을 쓰면서 늘 나를 괴롭히던 질문이 하나 있었다.


'이것이 혹시 틀린 정보나 해석은 아닐까?'


해외에 나가 살면 초반엔 그 나라에 대해 모르는 게 많기 때문에 가장 많은 것들에 호기심이 가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면서도, 동시에 아직 그 나라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가 모르는 하나의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은 마치 눈앞이 보이지 않는 장님들이 각자 코끼리의 다른 부위를 만지며 자신이 만진 것만 가지고 코끼리를 묘사하는 '장님 코끼리 만지기'를 떠오르게 한다. 한 사람이라는 세상을 알아가는 일도 다르지 않다. 몇 년을 가장 가까이서 만나고 서로의 속내를 보여줬어도 새로운 모습에 상처받고 헤어지는 오래된 연인들처럼.


독일은 마치 내게 오래된 연인 같다. 알 것 같다 싶으면,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이 사람에 대해 누군가에게 설명하는 매 순간이 조심스럽기 그지없다. 150개의 에세이를 쓰는 내내 그랬다. 그리고 그것은 어쩌면 사실이기도 했다. 오래 살수록, 이곳의 언어를 더 알아갈수록, 독일이라는 슬롯에 더 스며들수록 보고 싶지 않은 장면도 봐야만 했고,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은 적도 많았다. 그래서 때때로 '그때 섣불리 ㅇㅇ에 대해 쓰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중에 수정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래도 썼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생각들이 그동안 나를 많이 멈추게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늘 독일에 관한 글을 쓰는 것이 조심스러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내 글들을 좋아해 주시고 구독까지 해주시는 많은 분들의 관심 덕분에 느려도 멈추지 않고 글을 써올 수 있었다. 이 카지노 게임뿐만 아니라 독일 주제의 온라인카지노북으로 따로 발행한 것까지 합치면, 내 온라인카지노의 161개의 글이 독일에 관한 에세이다. 중복된 것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몇 개 뺀다고 해도 어림잡아 150개가 되는 독일살이 에세이를 써온 것이다.


이 카지노 게임에 첫 글을 올린 것이 2017년 5월 18일이었으니, 11일 뒤면 이 카지노 게임에 글을 쓴 지 9년이 되고, 10년 차를 맞이하게 된다. 그동안 무작정 독일로 떠난 30대 백수는 30대 유학생이 되고, 30대 취준생이 되었다가, 이제는 40대 외노자가 되었다.


독일 생활 10년 차가 되었어도 여전히 나는 독일어가 아직은 서툴고, 독일의 이해가지 않는 부분들, 아직 모르는 문화적 차이들이 많다.

아무리 열심히 더듬어도 결국 내가 경험하는 것은 독일이라는 코끼리는 진짜 코끼리의 억만 분의 일 수준 일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는 이 더듬거림을 멈추지 않고 이어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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