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첫사랑

by하노마

어린 시절을 생각해본다, 내게 엄마의 첫 모습은 피로 둘러싸인 수술의 현장이었다. 기어코 아빠가 데리고 간 목욕탕에서 나는 비누를 밟고 넘어져 대리석에 머리를 부딪히고는, 울컥-울컥 하며 피를 쏟아냈다(고 생각한다.) 난 잘 모른다. 내 기억에 그저 엄마가 나를 보며 "괜찮아 괜찮아" 했던 순간만 기억날 뿐.


사실 내 인생에 그 기억은 크지 않다. 그 다음 기억?, 저기 언덕 위 엄마가 나를 기다렸던 모습, 아주 작은 집이었지만 그와중에 나를 위해 만들어준 쿠키의 냄새들, 내 평생 잊지 못할 떡꼬치의 양념.. 그런 기억들만 나의 기억에 남는다.


자식을 낳기 전에는 몰랐다. 뭐가 그리 귀중하고, 소중한지. 그런데 자식을 낳고 보니, 우리 엄마인데 내 자식을 엎어 놓는지, 뒤짚어 놓는지. 분유는 몇 분마다 먹이는지 따위의 것들에 집착하게 되었다. 그게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일까.



간만에 술자리다. 나를 대신해 엄마가 아이를 봐줄 수 있기에, 간만에 자리를 내어본다. 꽤나 오랜 시간 자리를 비우고 집에 들어와, 괜스레 엄마가 있는 방으로 향해본다.


"손녀가 그렇게 좋아?"

"응, 너무 좋아"

"왜 그렇게 좋아?"

"몰라 그냥 그렇게 좋아"


이유 모를 대화를.. 두마디쯔음 이어가지 않는다. 그 이유가 대충 이해가 되어서 그런가..



엄마는 우리 형제를 고독하게 키워냈다(아니 키워낼 수 밖에 없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형은 나를 위해 김장 바구니에 짜파게티를 먹으며 자라왔으며, 그 어린 나이에 사랑을 잠시나마 내려놓는 그런 상황에 키워졌다. 그럼에도 우리 형제는(최소한 나는) 다시 없을 우애로 자랐고, 비록 나는 어린 동생으로 형에게 못할 말, 할 말 다해가며 자라왔지만.. 그래도 우애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그 어린 대학생 시절에, 형이 시켜준 파파존스 피자 하나를 놓고는 "너네 형은 좋니 마니"를 떠들었던 과거를 생각해본다면,...


나의 어린 시절은 그랬다. 우리 형이 가지고 노는 컴퓨터 옆에, 가만히 앉아 캠페인 스토리를 들여다보고(그 덕분에 나는 2004년에 칼림도어를 질주했겠지), 즐거웠던 그 순간을...


엄마의 첫사랑은 우리가 아니었겠지,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의 삶이었고 추억이었겠지. 그렇지만 우린 그런걸 모른다. 어쩌면 엄마도 엄마의 첫사랑을 잊었을지 모른다..



아무리 떠들어봐도, 엄마의 첫사랑을 향한 사랑은 소모만 될 뿐이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길래, 그 얼마나 잊지 못할 사랑이길래, 저 먼 6-8시간의 기차와 버스길을 건너 오는 것일까.


그렇지만 생각해본다. 나도 우리 엄마의 6-8시간 짜리 사랑, 아니 그보다 더한 사랑이었음을.

나도 누군가의 자랑이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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