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비행기가 뜨기 전에 시작된다

공간이 주는 의미

by포트럭

대리석 바닥을 매끄럽게 구르는 캐리어 바퀴 소리, 이국적인 억양이 섞인 안내방송, 그리고 천장에 높이 매달려 시시각각 출도착 시간을 알려주는 전광판.

집을 나서 공항 로비에 발을 디디는 순간, 마음이 조금씩 설레기 시작합니다.

아직 탑승까지는 몇 시간이 남았고 비행기는 활주로에 그대로 서 있지만, 우리의 마음은 이미 일상을 떠나 파란 하늘 위를 날고 있습니다.

출근길 지하철역에서 10분을 기다리는 것은 그렇게 지루한데, 공항에서는 두 시간을 기다려도 즐겁습니다.

같은 기다림인데 왜 공항의 기다림은 특별할까요?

공항은 사람을 다른 장소로 옮겨주는 교통시설이기 전에, 사람의 마음을 일상에서 떼어놓는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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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공항에 들어서면 익숙했던 장소의 감각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인천에 있지만 인천 같지 않고, 아직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일상에서 멀어진 느낌입니다.

공항은 집과 목적지 사이, 일상과 여행 사이에 놓여 있는 거대한 경계입니다.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는 공항, 고속도로, 호텔처럼 사람들이 끊임없이 오가지만 특정한 개인이나 공동체의 역사와 깊이 연결되지 않은 공간을 ‘비장소(Non-place)’라고 불렀습니다.

누구의 동네도 아니고, 누구의 거실도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이 모이지만 서로의 이름을 알지 못하고,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잠시 머물다 떠납니다.


그런데 바로 그 익명성이 공항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회사에서의 직함도, 집에서의 역할도 잠시 내려놓습니다.

그저 한 사람의 여행자가 됩니다.

어쩌면 공항이 주는 설렘은 목적지에 대한 기대만이 아니라, 평소의 나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다는 해방감에서 오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비행기보다 마음이 먼저 이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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