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깨비야
- 물레방아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연지곤지 디딜방아
우리 엄니 몰래한 사랑 되었어라
힘겨운 두 개 다리 걷고 이고
내저으라는 마음 새에
자식사랑 입에 풀칠 말라 연신
절구통에 밥알이
팝콘 터지듯이 솟았어라
김매시랴 추수한 마음 거두시라
밭일 농사에 소 죽 끓이고 먹이랴
소야 소야 농사 지었어라
너 대신 울아부지
어깨 어찌 남아 있으랴
힘든 두 어깨 새끼줄 동여 메고
어기여차 어기여차
어서 라차 어서 라차 하고
돌아라 돌고 돌아라
세상도 돌고
강물도 굽이굽이 돌아 흐르고
구름도 흘러 흘러 떠나가라
우리 엄니 아부지 마음도
지축을 울리는 소 발굽도
아버지 힘겹게 내리밟은 싸리문 열고
연자방아 돌아가네 잘도 돌아가네
음메에~ 음메 ~ 워워워 워낭소리 만 들려
함께 저 세상 떠나려 하는구려
"아부지 소가 밭일하느라 힘들었어랴
이랴 이랴 소리도 없이
연자 돌아가는 소리가 예전 같지 않으셔랴
소도 이젠 달구지 늙어나 가서랴"
탁탁탁 쿵쿵쿵 덩덩덩
잘도 돌아가는 물레방아 소리였어랴
주르륵주르륵 축 철썩
츄르륵 츄르륵 축 첨벙
자식들 저녁연기 피어오르다
신나게 뛰놀다
꼬르륵꼬르륵 배 고파 울리는
우리 엄니 저녁밥 먹으라는 신호탄이었어랴
울 아버지 울 엄니
자식들 지쳐 곯아떨어져
잔잔하게 코골음 소리에 흔들리는
호롱불 잔상 아래 스며든 아득한
따뜻한 마음에
문지방 창살 사이로 내비친
어린 달빛에 팔월 한가위가 다가오셔랴
가뭄에 쉼 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에
우리 사랑 들킬세라 두 귀 쫑긋 거리면
깨비 깨비 방아깨비야
우리님
반갑다며 인사건네주는 방아깨비야
달을 바라보는 너의 마음에
어찌 구슬피 울어 마다하는
네 인생에 내 인생이 다가와
달빛에 어리어 비춰 떠나갔으랴
2021.9.4 칠봉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