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악산 연암사 가는 길에서
- 높다고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 아니야
치악산 연암사 가는 길에서
- 높다고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 아니야
시. 갈대의 철학[겸가蒹葭]
차마고도여
네 삼수갑산 자랑을 뽐내지 마라
너는 험준한 길을
다행스럽게도 목숨을 내놓고
차와 말을 가지고 교역을 한다지만
아찔한 수려한 경관 탓도
한몫이 되지 않았느냐
그래도 너는
뜻이 있는 곳에
길을 내어주었으니
이 얼마나 복 받을 일이냐 말이다
치악산 하늘지기 연암사여
그렇다고 너무 겸손해하지도 말아라
그리고 우쭐대고 기죽지도 말아다오
네가 있는 이 길이
뜻이 있어 내가 오르겠냐마는
비단,
네 모습이 치악산 구룡사의
위용과 자태를 시샘하는 것도 아니요
치악산 상원사에 메인 몸도 아니요
치악산 영원사에 영원한
마음도 두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단지
의연한 네 자태에 놀라
차마 내 모습이 부끄러워질까
염려하게 되더이다
연암사여
멀리서 바라보면
운무에 가려
네 모습은 찾을 길 없고
특히
안개에 드리워진 날에는
한 햇살에 의지한 채 떠나온
내 처량한 마지막 뒷모습이
네 모습을 기다리는
마지막 마음이라는 것을 알아다오
오늘 같이 비가 내리는
그것도 소낙비에 피어오른
자욱한 안개인듯한
더운 열기를 식힌 수증기 김 서림에
감추어진 네 모습은
어쩌면 온화한 부처를 닮은
어머니의 자화상과 같더구나
그래도
네 모습은
설상가상이 아니었다
바람이 불어오면
흩날리는 네 모습을
잠시 기웃할 수가 있었고
비가 내리면 빗물에 씻기어
세안의 청명하고 청정한
그리고 청허 한 마음을 둘 수 있는
탁한 마음을 너로 인한 내 마음도
깨끗해졌으니 말이다
그리고
꽃피는 계절이 돌아오면
네 모습은
꽃 성채에 둘러싸여
네 모습은 한 성곽을 이루고
가을이 오면
찬연했던 낙엽들이 우후죽순
추풍낙엽 되어 떨어지듯
부귀영화가 한순간에
갇혀있던 마음이었다고
네 모습은 그렇게 보여주었다
겨울이 오면
치악산 산자락에 눈이 쌓여
네 모습은 이름 없는 겨울 왕국의
한 성으로 메인 몸이 될지라도
치악의 연암사여
너무 애석하거나
그렇다고
너무 기뻐하지도 말아다오
이곳이 아무리 첩첩산중
인적이 드문 곳일지라도
네 마음이 곧
내 마음이 되어간다는 것을
기다리지 않는 마음이 어쩌면
나는 이곳에서 너를 반기어
저 치악산에 네 마음 걸쳐있는
구름 한 조각의 마음도 가지지 않으리다
이듬해 다시 봄을 맞이하고
네 모습 잊힐라치면
꽃이 피어나고
새가 울어볼라치면
그때가 네 모습을 진정 찾을 수가
있다고 말이다
2021.6.22 치악산 연암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