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가 생각난다.
막걸리를 즐겨 마시지는 않지만 한해 한해 나이가 들어 갈수록 비가 오면 생각이 난다. 나이 듦과 상관없는 알코올이 당기는 현상일지 모르나 언제부턴가 비하면 막걸리가 떠오른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심부름으로 동네 가게에 자주 막걸리 받으러 다녔었고 늘 술에 절어 사시는 아버지를 보면서 나는 술은 입에도 대지 않겠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은데 나 또한 준 알코올 중독자였던 시절을 벗어난 지금도 술은 마다하지 않는다. 막걸리는 입에도 대지 않았었는데 가끔 이런 날 신호를 보낸다.
어쩌면 몇 해전에 퇴직한 선배가 막걸리를 좋아해서 따라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비가 오는 날이면 막걸리가 생각이 나는지도 모른다. 그 선배만큼 막걸리를 많이 마시는 사람도 없을 거다. 매일 저녁 퇴근길에 막걸리 두 통을 비우고 집으로 향하는 일상을 나는 이해 할 수 없었지만 가끔씩 그 길을 같이 하고는 했었다. 어떤 날은 셋이서 막걸리 12통을 비우고 집으로 향했던 날도 있다. 2시간 걸리는 퇴근길에 막걸리를 그렇게 많이 마시고 나면 화장실이 급해져 곤란한 날도 많았다. 그것도 추억이라고... 그 선배는 아직도 그러고 살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여전히 그러고 있을 거다.
막걸리 안주로는 당연히 전이다. 파전이든 김치전이든 무엇이든 상관없다. 전 집에 가면 다양한 전들을 맛볼 수 있다. 전으로 가게를 하는 집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된 지 몇 해 되지 않았다. 회사 근처에 동료들과 비 오는 날 막걸리 한 잔 하러 갔다가 알게 되어 비가 오고 좀 우울한 날은 전집을 찾는다. 모둠 전 한판 시켜 놓고 마시다 보면 막걸리 통이 수북이 쌓이곤 했었는데 이제 같이 마시던 분들도 이제 대부분 퇴직을 하니 같이 마실 사람들도 별로 없다. 남은 사람들은 대부분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아서 더 그렇다.
가끔 집에서 솜씨는 별로지만 김치전을 부쳐 막걸리 한잔씩 하고는 한다. 이상하게도 가족들이 맛있게 먹어준다.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 입맛에도 괜찮다. 그래도 먹을 만하게 만들어 낼 줄 아는 전은 김치전이 유일하다.
퇴근길 동료들과 막걸리 한 잔 하러 가자고 하고 싶지만 요즘 너무 잦은 술자리로 오늘은 쉬어 가기로 마음먹고 집으로 향하지만 막걸리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같이 마실 사람을 물색해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하며 그새 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