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만에, 드디어 팀장

bynay

요즘(?) 친구들은 팀장 같은 리더 직급으로 승진하는 걸 별로 바라지 않는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사람인 나는 - 어쩌면 거의 눈앞에 왔던 몇 번의 기회들을 놓쳐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 승진에 대한 작은 열망이 있었다. 이제와 생각하면 삼수 또는 사수 정도는 한 것 같다. 직간접적으로 들었던 바, ‘후보’ 자격에는 빠지지 않았지만 정작 그 자리를 가져가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어쩌면 나는 이 회사에서 더 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 결론 내렸다.


오랫동안 바라던 바가 이뤄지면 어떤 기분이 들까. 기쁘고 설렐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기존에 있던 조직이 아니라 새롭게 신설된 팀의 리더가 된 것도 부담이고, 그 조직의 역할은 넓고 깊어서 어느 하나 제대로 잡기 쉽지 않으리란 점 역시 어깨를 무겁게 한다.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던 회의에 참석해야 하고, 몰라도 되던 정보도 어느 정도 파악해야 하며, 전면에 나서서 소통하지 않아도 되었던 부서와 부서장들을 만나야 한다.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 고민, 그리고 협의라는 결코 쉽지 않은 숙제까지 떠맡게 되었다. 그런 것을 떠나, ‘이 자리가 뭐라고’ 그렇게 바랐나 하는 허탈함도 일부 있다.


내가 그토록 원한 건 ‘인정’에 대한 욕망일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닮고 싶은 역량과 인품을 가진 팀장님들이 많다. 어떻게 저 복잡하고 많은 일들을 처리하는지, 각종 회의에서 의미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말도 어쩜 잘하는지. 그런 모습들을 보면 ‘그래, 내가 여태 팀장이 되지 않은 이유가 있긴 해’라고 스스로 설득이 되곤 했다. 그러나 모든 팀장이 그런 건 아니었다. 솔직히 어떻게 승진했는지 알고 싶은 마음이 종종 드는 사람들도 많았다. 물론 내가 모르는, 보지 못하는 그/그녀만의 강점이 있는 건 안다. 그럼에도 그들과 감히 비교하면서 ‘나 정도면 그래도’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나라는 사람은 조직에 있으면 좋은, 일 잘하는 담당 그 이상을 넘지 못했었다. 비교의 끝에는 항상 ‘더 이상 인정받지 못하는 나’의 꼬리표를 나도 모르게 붙이고 다녔다. 그러니 마음이 편하지 않고, 자꾸 다른 걸 바라게 되고, 좌절하고 실망하는 좋지 않은 사이클을 돌았던 것이다.


이제 내가 그 자리를 갖게 되었으니 나도 누군가에겐 본받고 싶은 사람이 될 수도 있고, 대체 저 사람이 뭐라고 저기 있는지 의심을 받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평판 걱정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것만을 위해 애쓰려는 생각은 없다. 그보다 새로운 조직인만큼 존재의 이유를 증명해야 한다는 것, 그 증명이 한 번만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도록 팀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점이 걱정으로 다가오고 있다.


22년이나 되었으면 포기할 법도 한데, 알량한 자존심과 버리지 못했던 욕심을 지켜 온 나에 대해 스스로 안쓰러운 마음도 있다. 그 안쓰러움에 대한 보상이 비로소 이뤄졌지만 다소 허무하다. 그러나 어쨌든 원하는 것을 가지게 된 만큼 바카라임감이라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더 가져본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리더에게 답보다 어려운 건 감정 다루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