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시작과 함께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을 보고 나서.
그래도 나는 형을 이해하려고 했어. 잘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야. 그래도 형이 먼 곳의 대학원에 합격하고 교수가 되었다는 소식은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그런데 그런 마음도 들더라. 언젠가부터 우리가 같은 길을 걷지는 않을 거라는 거. 언제나 어떤 간격에서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게 될 것이라는 걸. 아마도 그게 가족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
나는 사실 '제시'가 그냥 그랬어. 형이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이야기했을 때에도 하필 그 여자일까 생각했어. 제시의 오빠도 별로였고, 그 가족은 우리와 조금은 다르다고 생각했거든. 그래도 나는 형이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더없이 기뻤어. 폭탄주를 원샷하던 바에서, 형이 평소와 다르게 벅찬 웃음을 지을 때를 잊을 수 없어.
그렇지만 형, 나는 조금 더 자유롭고 싶었어. 낚시를 할 때처럼 우리가 몬테나주의 물결과 산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었어. 어떤 기사를 써서 세상을 폭로하고 인디언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포커를 치고. 그런 것들로 나는 내 삶이 충분히 은총에 있다고 생각했거든. 나는 먼 곳으로 가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형이 떠나지 않길 바랐어. 그게 아무리 대단한 동부의 시카고 대학 같은 곳이어도 말이지.
흐르는 물은 앞을 다투지 않는다. 흐르는 물에는 시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까.
나이가 든 노먼은 시간도 놓아버린 강물 위에서 여전히 플라잉 낚시를 한다. 물길을 가르며 메트로놈의 속도에 맞추듯 낚싯대를 던졌다 거두었다를 반복한다. 긴 낚싯줄이 포물선을 그리며 물 위에 살짝 섞여 잠겼다가 다시 떠오른다. 물고기가 얼마나 잡힐지 알 수 없는 것이 낚시이듯, 내일의 삶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를 것이 인생일까.
미뤄두고, 아껴두고, 핑계 대며 십수 년이 넘도록 이 영화를 머릿속에 품고 있다가 이제야 꺼내보았다. 비스듬히 소파에 누워 열이 펄펄 끓어오르는지도 모르고 간헐적으로 기침을 하는 남편과 함께. 이렇게 우리 사이에도 간격이 있었을까. 같은 영화를 보고 있지만, 서로의 상황이 전혀 다른.
사실 젊은 시절의 브래드피트에 대해 어떤 단어라도 써야만 할 것 같아 이 글을 쓴다. 싱싱하고도 푸르른, 통제되지도 않고 망가지기도 쉬운 젊음 그 자체가 그때의 브래드 피트라는 배우였나 싶다. 인상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모든 사람에게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폴'이라는 주인공 그 자체였다. 장난과 객기는 용기를 위한 도구였을까. 진지한 태도를 애써 숨기려는 발칙한 표정과 감성은 형인 '노먼'이 부러워할만한 '예술'적 삶이었다. 그렇지만 '폴'은 그 자체로 자신의 인생을 통제하지 못했고, 통제하지 못한 화려한 불꽃은 엉뚱한 곳에서 사그라들고 말았다. "삶은 예술작품 같지 않기에, 이 순간이 계속되지 않는다."는 노먼의 내레이션처럼.
이해하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을 쉽게 실천하며 사는 것이 가족이다. 사랑이라는 말을 얇게 펴고 좀 더 널찍하게 잡아당기면 가족에게 가 닿는다. 가장 가까운 존재에게 우리는 그가 필요한 것들을 챙겨주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저 받아들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를 위해 가족들이 해야 할 수많은 것들이 있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다만 그가 그의 기질대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에 있어 위험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것뿐. 그래서 두 형제의 아버지가 그렇게 기도를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섭리대로 그들이 잊지 않길 바라는 무언가를 위해 강물 위에서 플라잉 낚시를 하는 것일 테다. 강물에 몸을 담그고 숭어 한 마리를 잡기 위해 낚싯대를 들어 올리고 던지는 일을 반복하는 그 일이, 어쩌면 큰 숭어를 낚아챈 그 순간보다 더 중요했다.
'폴'은 말이 없었다. 말주변이 좋아 온갖 말들로 사람들을 웃기는 일에는 능란했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들에 대해서는 말로 하지 않았다. 그저 모두 행동했다. 어쩌면 형인 '노먼'은 그렇게 성큼성큼 걷는 폴이 부러웠을까, 걱정되었을까. 폴이 다 하지 못한 말을 '노먼'은 알고 있었을까. 주름살 가득한 노인이 된 노먼은 젊은 시절의 폴을 죽을 때까지 기억할 것이다. 언제나 형으로서 동생을 챙기던 그 간격으로. 그리고 우리도 그렇게, 흐르는 강물처럼 기승전결이 없는 기억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어떤 기억은 끝나지 않는다. 그저 흐르는 물처럼 우리 곁을 지나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