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조윤이고, 조윤이 또한 우리일지도.
너를 가지고 싶었던 순간들은 많았다. 가질 수 없을 너였기에 더 갖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방문틈으로 네 얼굴을 바라보다 눈이 마주쳤을 때부터였을까. 내가 쓴 글로 네가 누군가의 칭찬을 받을 때부터였을까. 아무튼 어느 순간에 나는 네가 되어 사는 것을 선택했다. 그리하여 너로 살고 있다는 자각이 들면 너와 함께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서로를 떠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낯선 누군가에게 시집을 갈 때에도, 네가 숱한 여자들과 밤을 보낼 때에도 나는 너의 마음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결혼 후 첫날밤을 보낼 나를 너는 상상했겠지. 그 상상으로 어떤 고통을 겪었을지를 알면서도, 나는 너를 찾지 않았다. 네가 겪을 고통의 크기가 우리의 마음만큼일 거라 생각하며 안도했다. 그 안도하는 시간 동안 우리는 떠있는 구름처럼 몸이 가벼워지는 상상을 했다.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한 이불을 덮고 하나가 될 것이다. 그렇게 상상하며 나는 너를 기다린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나는 나의 생활을 견고하게 지켜야 했다, 네가 나에게 기대하는 아름다움을 위해. 그리고 너는 너의 명예를 지키며 나를 기다려주길 바랐다. 그렇게 우리는 가까운 거리에서 더 가까이 다가오지는 못한 채 위태롭고 안온한 관계를 유지하길 바랐다. 나는 네가 나의 최후의 보루라는 사실을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돌아갈 최후의 보루가 있어서 일상을 견딜 수 있었고, 너를 기다리는 시간마저도 우아할 수 있었다.
언젠가 나의 편지 한 통에 긴 밤을 반으로 접어 달려온 네 얼굴을 잊지 않으리. 이마에 맺힌 땀과 온몸의 촉수가 곤두선 듯 노려보던 네 눈빛. 우리 사이에 부유하던 공기를 나눠마시며 나는 이미 너와 한 몸이 된 것처럼 부끄러웠다. 너는 그저 내가 여전히 곱다고 했다. 나는 너에게 여전히 그리웠다는 말을 삼켰다. 너는 뱉지도 못한 나의 말을 이미 읽었고, 가까이 다가왔다. 입을 맞추고 싶었던 마음을 억누르며 나는 우아하게 기다리던 나를 자랑했다. 그리고 부서질까 두려워 너에게 나를 던지지 않았다. 네가 겪을 고통을 상상하며 나에 대한 욕망을 확인하고 싶었다. 여전히, 너에게 내가 유일한 사랑인지에 대해. 확인하고 또 확인해도 여전히 확인하고 싶은 그 마음을. 그 확인은 확신을 바랐고 그 뒤에 오는 쾌감에 중독되었다. 나는 너에게 나를 위해 무릅쓸 수 있는 위험에 대해 말했다. 나를 위해 나의 명예를 지켜달라고. 권태로운 결혼생활의 모순을 이해하는 듯 너는 나의 잘못된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는 너에게 그 모든 것의 끝에 너를 따르겠노라고 했다. 너는 언젠가 동지(冬至) 보다 긴 밤을 기대하겠다고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