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에도 두피가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AOKzvL8dgk
미용실을 하는 친구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어요.
“탈색은 한 번도 안 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해본 사람은 없는 세계야. 혼자 하려면 힘들 거야. 재료비만 받을 테니까 시간 날 때 와.”
그래, 딱 한 번만 해보는 거야.
미용실에 가는 게 부끄러웠어요. 남의 손에 머리를 맡기고 거울 앞에 앉아 있는 일이 싫었죠. 목표는 굵은 웨이브가 흐르는 은발의 남자. 그게 내가 원한 모습이었어요. 먼저 탈색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기로 했죠. 남들은 모를 거예요. 사람이 제 꼴을 바꾸고 싶을 때는 대개 남몰래 시작한다는 걸.
토요일 아침, 주문한 탈색 재료를 식탁에 늘어놓았어요. 분말과 산화제를 섞으니 코끝이 얼얼했죠. 머리에 약을 치덕치덕 발랐어요. 두피가 따끔거리고 눈물이 찔끔 났어요. 아파도 참았어요. 거울 속에서 내가 조금씩 달라질 거라 믿었으니까.
머리를 감고 나왔어요.
밝은 갈색의 남자가 서 있었죠.
잘못 익은 밤색에 가까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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