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한 인생을 받아들이기

by나무기린

「지치고 병든 나그네여. 우! 외톨이 나그네여. 당신의 불치병은 그곳에 존재할 수 없어요.」

악동뮤지션의 신곡 '소문의 낙원'을 듣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터져버렸다. 나는 요즘 눈물이 많아졌다.




「기쁨 뒤에 슬픔이 오는 건 아름다운 마음이야. 쫓아내지 말고 품어주어라. 아주 예쁜 돌이 된단다.」

이것도 악뮤의 또 다른 신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의 첫 소절이다. 처음부터 눈물이 나는 바람에 완곡을 다 듣지도 못했다. 이 한 소절 적는데 또 눈물이 나오려 한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깨어있는 동안은 항상 플레이되고 있는 유튜브. 보는 분야도 다양하다. 과학, 역사, 예능, 공포, 동물, 먹방, 사주, 타로, 물고기, 브이로그, 여행, 주식, 시사......

그런데 새로고침을 하고, 또 해도 이젠 더 이상 볼 것이 없다. 멀미가 날 것 같다. 그 와중에 하루에도 수십 번 주식 앱을 확인한다. 자기 전까지 유튜브를 끄지 못한다. 새벽 4, 5시가 되어야 방전되듯 지쳐 잠든다. 현실을 직면하기 싫으니 선택한 손쉬운 회피의 방법일 것이다.


쓰고 싶은 글이 없었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았다. 바카라을 한 자도 읽지 않았다. 그냥 피어있는 꽃이 좋았고, 4월은 생일이 있는 달이라 이리저리 약속을 만들어 벚꽃과 튤립을 따라 꽃구경을 몇 번 다녔다. 좋지만 허무하게 흘러간 한 달. 즐거웠으면 됐다.


이젠 불안장애가 나아져서 약을 먹지 않는다. 아프다는 핑계는 이제 통하지 않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다시 디자이너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점점 희미해지고, 글을 쓰고 싶은 열정도 흐릿해지고 있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냥 둘 다 싫어진 걸까? 그렇다고 평생 이렇게 살 수도 없을 노릇인데. 약속이 없는 날에는 종일 자다 깨기를 반복하며 이불 속에 있었다. 한 것도 없는데 자도 자도 피곤하다. 그러다 사람들을 만나면 잘 지내는 척, 괜찮은 척을 한다. 노래 한 소절에도 눈물을 쏟는 주제에.




무탈한 하루에 감사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성장에 대한 불안이 항상 따라다닌다. 어쩌면 아직도 내가 무언가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대한 자아의 바람이 빠지고 있는 중인가.


모든 이에게 좋은 사람이 아님을 인정해야 하고, 무능함을 인정해야 하고, 이기적임을 인정해야 하고, 대바카라 없는 겁쟁이인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시시한 인생을 살고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앞으로도 쭉 그럴 수 있음도......


헤매도 된다. 아무것도 안 하는 날이 있어도 괜찮다. 가장 걱정되고 슬픈 건 아무런 미래가 그려지지 않는다는 것, 어떤 길로도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노트와 펜을 꺼내놓고 그동안 미뤄왔던 자신과의 긴 대화를 나눌 시간이다. 천방지축인 나를 달래어 마주 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