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첫 주, 토요일.
자고 일어나니 바람이 달라졌다. 아침저녁으로 살갗에 닿는 바람이 보송하고 상쾌하다.
"오늘은 좀 걸어볼까?"
운동화 끈을 적당하게 조이고 모자를 쓰고 옆지기와 함께 집을 나선다. 마침 수선을 맡긴 가방을 되찾아오기 위해 상점까지 가야 한다. 걸어가면 한 시간 남짓 걸리는 거리다.
타박타박 두 발로 걷는 즐거움 중 하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위에 지쳐 땀 흘리던 사람들은 이제 웃음을 머금고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담소를 나눈다. 어떤 이는 벤치그네를 탄다. 가만히 보니 이어폰을 꽂고 여유롭게 자전거 페달을 밟는 이의 머리카락이 바람결에 날리는 모습조차 여유롭다.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산바카라을 즐기는 젊은 부부의 표정에도 웃음이 배어있다.
‘새벽에 나와 이 길을 정리해 준 분이 누굴까?‘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노고로 잘 단장된 도시. 그 도시를 걷는 즐거움. 내가 낸 세금으로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는 이 도시가 나는 꽤 마음에 든다. 빈 음료수 캔 하나 없는 말끔한 거리. 하얀 배롱나무에 몇 송이 달린 하얀 꽃송이가 파란 하늘과 대비되어 더욱 어여쁘다.
타박타박 걷는데 메타세쿼이아길이 계속 이어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나무. 망설임 없이 창공을 향해 마음껏 가지를 뻗는다. 봄에는 아기의 웃음 같은 수줍은 연두잎이, 한여름에는 진한 녹음으로 하늘을 뒤덮는 나무. 가을은 또 어떠한가. 늦가을엔 진한 갈색의 잎이 눈처럼 소복소복 내리는 나무. 한 겨울 혹독한 시간을 앙상한 몸으로 용케 견디고 봄이 오면 다시 연둣빛 싹을 어김없이 내미는 나무.
공원길로 골라 걸으니 대로를 따라 걷는 것보다, 조금 더 시간이 걸리지만 자동차 소음 없어 좋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소리가 가을 풀벌레소리에 섞여 동네에 생동감을 더한다. 맨발로 놀이터 주변으로 조성된 황톳길을 걷는 은빛 머리카락의 할머니에게서는 세월의 풍랑을 건너온 사람의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겉으로 드러난 풍경은 참으로 아름답다.
‘이 도시에는 온통 행복한 사람들만 살고 있을까?’
이 말끔하고 아름다운 도시에서 일어났다고는 믿기지 않는 일이 2013년에 보도된 적이 있다. 18세대가 사는 다세대주택 지하에 세 자매가 부모도 없이 아이들끼리 살아가다 심각한 영양결핍과 건강상의 위험에 놓인 체 방치되어 있었던 것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