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주는 선물
상담심리대학원에 입학했다.
준비 기간이 한 달 반 정도로 짧았는데도 불구하고, 지원했던 두 곳에 모두 합격했다. 얼떨떨했다.
합격 후에 내가 면접을 어떻게 봤나 복기해 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잘 대답한 것 같지 않았다. 경쟁률은 10:1 정도로 꽤 높은 편이었다. 내가 무엇으로 합격했는지 의아하면서도, 뽑아준 교수님들께 감사하고..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합격 후 작년과 올해를 되돌아보니 나는 제자리에서 참 열심히도 버둥대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6평 원룸 밖을 나갈 용기도 없던 나였다. 일어나서, 씻고, 햇빛을 받으며 산바카라하는 것조차 당시의 나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용기 내어 세상 밖으로 나갔을 때는 양극성 장애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신병동 입원은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앞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하염없이 걷는 기분이었다.
그랬던 내가 퇴원 후 스타벅스에 입사했다. 처음으로 온전히 내 노력만으로 월급 190만 원을 벌었다. 누군가에겐 작은 돈일지라도, 나에게는 희망이었다. 나도 노력하면 얼마든지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였다. 스스로가 대견했다. 뿌듯했다.
6개월 동안의 스타벅스 근무를 마치고 이제는 다음 목표를 설정할 수 있게 됐다. 스타벅스에서 얻은 자기 효능감을 갖고 이제는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 상담사로 목표를 굳힌 뒤에는 목표를 위해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세부 계획을 세웠다. 내일이 기대되지 않는 삶에서, 내일을 기다리는 삶으로 바뀌었다.
대학원 지원 당시, 합격이 간절했지만 불합격이라는 결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고려해야 했다. 불합격은 나에게 더 이상 실패가 아니었다. 좀 더 세밀하게, 철저하게 대학원 입학을 준비할 기회였다. 생각의 관점을 바꾸니 삶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다. 내가 바꿀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다.
삶은 결코 시련만 주지 않는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 뿐 삶은 우리에게 반드시 기회를 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묵묵히 나에게 주어진 과업들을 해나가며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보내는 것이다.
나에게 양극성 장애, 그리고 정신병동 입원 경험이 상담사를 목표로 하게 된 계기가 되었듯이, 시련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실패라고 생각했던 경험들이 모여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허황된 말로 무작정 희망을 가지라는 말은 못 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경험한 바는 그렇다. 삶은 우리의 모든 것들을 다 뺏어가기도 하지만, 자신을 놓지 않고 노력하는 자에게 반드시 기회를 준다. 감당하기 힘든 시련에 모든 것을 다 놓아버리고 싶을지라도 끝까지 나를 붙잡고 발버둥 친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기회가 찾아온다.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잡기 위해 오늘도 어디선가 노력하는 사람들을 마음 다 해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