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유와 힐링의 섬, 강화 교동도
"우리 10월 둘째 주 연휴에 인천 강화 교동도에 있는 화개 정원과 시장에 가봐요."
친한 지인이 교동에 가보자고 했다.
"교동 시장이라고 들어보긴 했는데 그걸 화개 시장이라고 하나요? 화개 장터는 섬진강 옆에 있잖아요?"
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아하, 거긴 대룡 시장이고 그 옆에 있는 화개 정원이 명물이더라고요."
강화는 교통 체증 때문에 쉽사리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죽하면 숙원 사업인 계양-강화 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진행되었을까?
오래전에 강화를 간간이 간 적 있다. 그럴 때는 대체로 초지 대교를 이용하여 전등사, 마니산, 동막 해수욕장을 들렀다. 때로는 강화대교를 지나 광성보, 갑곶돈대 등에 가기도 했다. 인삼 센터에 들른 기억도 있다. 또한 석모대교가 생기면서 석모도에 몇 번 다녀온 적이 있다.
강화에 꽤 가보긴 했지만, 교동도에는 가보지 못했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고 바람이나 쐬고 오겠다는 맘으로 지인 내외와 강화로 향했다.
그날 아침 뉴스에서는 강화에서 또 지뢰함이 발견되었다면서 그쪽으로 여행을 자제하라고 했다. 교동도는 그러잖아도 북한과 가까운 곳이라 외지인들을 통제하는 곳이다. 요즘은 교동 대교를 통해 강화도와 연결되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섬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곳이 바로 교동도였다. 황해도 연백에서 피난 온 실향민들이 많이 거주하여 70여 년 세월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대룡 시장은 인산인해였다. 마치 동남아로 여행 온 기분이었다. 호이안 골목처럼 왁자지껄했다. 좁은 시장통에서 갖가지 먹거리를 팔았다. 그걸 사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가게마다 풍성하게 쌓아두고 파는 원물 스낵이 인상적이었다. 과일, 채소, 곡물, 콩류 등의 자연 원물을 인공 첨가물이나 가공을 최소화하여 건조·동결·구워 만든 건강 간식이다.
우리는 호박 원물 스낵과 오란다를 한 보따리씩 샀다. 그냥 시장을 돌며 시식만 해도 배부를 정도였다. 가게마다 간식 맛보기용을 접시에 펼쳐 놓아 먹어볼 수 있었다. 골목의 생김새나 상점의 간판까지 예전 그 시절의 모습이 온전히 남아 있었다.
추억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시장이었다. 고향 집밥 같은 점심을 먹었다. 이어서 호떡집에서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렸다가 겨우 호떡을 샀다. 말 그대로 호떡집이 불이 났다. 찹쌀가루와 씨앗을 넣은 호떡은 누구라도 좋아할 맛이었다.
인파를 뚫고 겨우 빠져나와 달걀노른자를 넣은 전통 쌍화차를 파는 찻집에 들렀다. 진하게 우려낸 대추차도 일품이었다. 찻집 테이블이 예전 자개장롱 문짝으로 만든 것이라 생경했다.
근처에 있는 순례자의 교회에 들렀다. 한두 사람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교회였다. 그곳에 들어가려고 사람들이 줄을 섰다. 담임 목사님이 별채에서 방문객들에게 무료로 커피를 내려주고 있었다.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은 나와 동향인이었다. 고향 까마귀를 만난 기분이었다.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간간이 총소리가 들렸다. 그 목사님은 그런 소리를 일상 백색 소음처럼 여기며 지낸다고 했다.
"저기, 물만 건너면 바로 북한이죠."
그 목사님이 말했다. 물이 빠지면 한달음에 달려갈 수 있는 곳이 북녘땅이랬다. 자발적으로 커피값 겸 헌금을 할 수 있는 함이 있었다. 남편이 지니고 있던 현금을 함에 넣었다.
지뢰함 발견으로 흉흉한 때였지만, 모두 차분히 살아가고 있었다. 일상에 뿌리를 든든히 박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평화였다. 그곳 사람들은 저마다 맡은 일을 묵묵히 하며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드디어 화개 정원에 입장했다. 화개는 햇빛이나 비를 가리기 위해 받치던 화려한 우산 모양 가리개다. 화개산은 화개 모양이며 그건 솥뚜껑 같기도 했다. 탁 트인 바다와 울창한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화개 전망대는 유리 바닥이었다. 발 아래쪽을 내려다보면 아찔했다. 홍콩 마천루에 갔을 때처럼 짜릿했다. 고소 공포증이 약간 있는 남편은 사색이 됐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하늘과 바다, 숲은 더없이 멋진 경관이었다.
"아래는 보지 말고 눈을 들어 하늘을 보세요. 바다를 보세요. 그러면 무섭지 않아요."
지인은 겁에 질린 우리 남편에게 용기를 주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여기가 화담숲보다 더 좋아요. 바다와 북녘땅도 덤으로 볼 수 있으니 와볼 만한 곳이네요."
겁에 질렸던 남편이 슬슬 말을 하기 시작했다. 뉘엿뉘엿 해가 저물어가니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노을이 붉어졌다. 우리는 호연지기를 키우겠다며 양팔을 높이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가슴이 후련해졌다.
돌아오는 길에 들른 갈빗집은 서비스가 매우 좋았다. 손님을 왕처럼 대했다. 기분이 좋아진 남편이 직원에게 팁을 주고 싶었으나 현금이 없어서 난감한 모양새였다. 일행 중 아무도 현금이 없었다. 결제할 때 메뉴 하나를 더 시킨 것처럼 계산한 후 그 금액을 우리 테이블에 서빙했던 직원에게 따로 주라고 당부했다.
다른 사람에게 존중받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우리도 그 사람을 존중하게 되는 법이다. 별 기대 없이 나섰던 나들이가 해외여행을 방불케 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고 싶은 곳이었다. 강화 교동도는 역사와 자연을 담은 섬이었다. 그래서 교동도 여행은 치유와 힐링이 되었다.
오마이뉴스 탑재:
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2750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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