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보다 더 많이 웃고 싶었어요."

- [리뷰] 신정애 시인 <서연아, 왜 사과는 안 먹니?>

byCha향기

신정애 시인은 40년간 휴직 한 번 하지 않고 줄곧 교직에 몸담으셨던 분이다. 초등 교사로 외길 인생이었다.


이번 8월 말에 정년 퇴임을 하시며 하셨던 말이다.

“주변에서 많은 축하가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나의 교사로서의 한평생을 함께한 남편의 축하가 특별하다. 교사로 살아온 당신의 시간을 이것보다 더 잘 정리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수고한 당신에게 주는 나의 선물이야,라고 하며 내민 시집이 바로, <서연아, 왜 사과는 안 먹니?>이다.”

그 시집을 단박에 구매했다. 시를 읽는 내내 CCTV로 교실 풍경을 보고 있는 듯했다. 자신의 한평생 Vlog를 시로 담은 압축 파일 같았다. 시를 읽으며 킥킥거리기도 하다가 심쿵하기도 했다.


제멋대로 튀어 오르고 급발진하는 아이들을 온종일 품고 지내온 선생님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병아리를 거느린 어미 닭처럼 어린이들과 함께했던 선생님이었다. 교실에서, 학교에서 보내셨던 선생님의 삶이 이 시집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시집 제목에 물음표가 있는 게 인상적이었다. 그만큼 아이들은 궁금한 게 많고 그 아이들 눈높이로 사셨던 선생님에게도 궁금한 게 많아 보였다. 이래라저래라 하기 전에 아이가 왜 그러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하는 모습에서 무공해 인성을 지닌 한 사람이 보였다. 오죽하면 궁금‘증’이란 말이 있을까? 증(症)은 일종이 병이다. 그러나 호기심 많고 모든 게 궁금한 게 바로 아이들이다. 어린이들에게는 궁금증이 많다는 말보다는 궁금쟁이라고 해야 어울린다. 그 궁금쟁이 곁에 스며들어 사셨던 선생님 또한 궁금쟁이였다. 그래서 사과를 먹지 않는 아이의 맘이 궁금하셨던 모양이다.


시인은 어린아이 맘으로 지내오셨다. 그 삶에서 건져 올렸으므로 ‘어린 시집’이라 했나 보다. 시적 화자나, 시에 등장하는 아이들 모두 어리다. 때 묻지 않고 순수하다.


큰 소리로 외치고, 엉뚱한 행동을 하고, 때로는 아무 말 없이 마음을 건네는 아이들. 선생님은 그런 아이들의 행동 이면을 이해하지 못해서 때로는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어떤 때는 마음 아파하기도 한다.


아이들을 혼내고 바로 잡으려고 애쓰기보다는 따뜻함으로 그들에게 다가간다. 그게 가장 어려운 지도자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라는 말이 있다. 수평적 소통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화를 내거나 큰소리치지 않고도 중심을 잃지 않는 단호함을 지니되 깊은 공감으로 아이들을 대하셨다.


그러나 아이들이란 교사의 조그마한 틈새만 보여도 먼저 기어오르려고 하고 그걸 나쁘게 이용한다. 그래서 교사들은 본의 아니게 웃음 거두고 군기를 잡으려고 애를 쓰게 된다. 한두 명 천둥벌거숭이 같은 아이가 교실 전체의 분위기를 흩트리게 되면 그런 상황을 싫어하여 상처받는 아이도 있게 된다는 염려가 도사린다. 교사가 오냐오냐하면서 학급을 이끌어 가려면 에너지가 몇 배나 더 든다. 그것이 교사의 딜레마다. 그런 살얼음판 같은 학교 현장에서 어린 시인의 심장으로 지내셨다가 학교를 떠나오시는 신정애 시인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 시집을 촉촉한 감성으로 읽은 후에 감상한 후에 노래 영상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80여 편이나 되는 시 중에서 딱 하나만 선뜻 골라내기가 쉽지 않았다. 마침내 한 편을 골랐다. 바로 ‘거꾸로 반대로 멋대로’라는 시였다. 이보다 더 적나라한 일상 교실풍경이 있을까?


두 걸음 걷고는 냅다 뛰고

조용하자 하면 복도가 울리도록 소리 지르고

싸우고 씩씩대며 화가 나고 억울하고

바카라상 두드려서 안돼하면 의자 삐걱대고

손잡으면 다리 떨고

지우개 뺐으면 가위 꺼내고(이하 중략)- 56P


이 시로 만든 노래 영상


시 속에 나오는 아이들은 정말 답이 없었다. 그러나 선생님은 40년간 그런 아이들을 이해하며 사랑하며 그들보다 더 많이 웃는 선생님으로 지내오셨다.

시를 읽으며 생각했다. 우리 안에 울고 있거나 웃고 있는 아이가 있다. 내 안에 숨어있던 그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아이였던 우리 모두에게 이 시집은 추억을 소환시켜 줄 각이다. 또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도 사랑하고 사랑받는 교실의 참된 기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신정애 시인의 어린 시집은 모든 분께 다정하게 손 내민다.


신정애 시인은 소심한 성격 탓에 6학년까지 발표 한번 제대로 하지 못했던 아이였는데 선생님이 되어서는 스피치 학원까지 다녀야 했다. 그러면서도 아침마다 신랑을 맞이하는 신부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이 아이들을 만나러 갔다. 교실에 들어가 빛나는 아이들의 두 눈을 보면 가슴에 불이 탁 켜진다고 했다.

어린 시를 쓰는 것은 어려지는 일이라고 하셨다. 시집 속에 있는 시들은 시인이 아이들과 함께 쓴 시라고 고백하셨다.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20994719(서연아, 왜 사과는 안 먹니?)




P.S. 제가 집필했던 <장한 막득이, 학골댁>이 연일 '인기 온라인카지노북' 에세이(가족) 부문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https://fishingproductfr.com/brunchbook/mrschas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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