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라랄라 <여성시대>, 제 사연도 채택되네요

- Z폴더 말썽

byCha향기

유미래, 오즈의 마법사 작가님을 따라

저도 mbc <여성시대>에 사연을 투고해 봤어요.

덜컥 채택됐네요 ㅎㅎ


방송된 오디오 파일을 다운로드하려니 팟캐스트나 유튜브 뮤직 등을 이용한 후에 영상 자르기도 해야 하는 번거로움 있어서 그냥 '다시 듣기' 링크를 통채로 올립니다.


'4월 19일: 1,2부 파일'

12분 30초부터 제 사연이 낭독됩니다.


양희은. 김일중 진행자님이

제가 차린 글밥에 감칠맛 나게 애드리브를 곁들여 주시네요.

그 두 분이 글맛을 살려서 낭독하는 재능이 대단하네요.(26. 4. 19. 1,2부 12:30초 구간 방송)


https://www.imbc.com/broad/radio/fm/womenera/podcast/index.html


여성시대 방송 사연


<<투고 원고>>


더 사용해도 되는 물건을

그냥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도 일종의 강박일까?


물건이 살짝 어긋나면 꿰매거나 고쳐서 쓰곤 한다.

부서진 플라스틱 소쿠리는 실로 꿰매고

찢어진 욕실화도 잘 기워 신는다.

남편의 면티 소매 끝만 낡으면

그 부분을 잘라서 버리고 공그르기로 바느질하여

집에서 내가 막 입는 옷으로 만든다.

라탄 미니 크로스 백 끈이 닳으면

안 쓰는 가방끈으로 리폼하기도 했다.

심지어 전자레인지는 30년이나 사용했다.

이상이 없는 제품이라 어찌어찌 사용하다 보니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

그런 나는, 새로운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족족 바꾸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 된다.


나는 휴대폰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주로 약정 기간을 길게 잡는 공짜 폰을 썼다.

그런데 딸내미 혼사가 있던 날,

남편이 뜬금없이 휴대폰 판매장으로 데려가더니

최신 폰을 사라며 호기를 부렸다.

못 이기는 듯 백만 원이나 주고 휴대폰을 샀던 기억이 있다.

그 휴대폰은 제값을 톡톡히 했다.

사용하는 동안에 탈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그 폰을 사용할 무렵부터

다양한 앱이 속속 출시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휴대폰에 점점 새로운 앱을 깔아야 했고

하필 코로나 팬데믹이 들이닥쳐 줌(ZOOM)도 깔았다.

메모리 용량이 부족한 게 변수가 될 줄 몰랐다.

혹시 용량을 늘릴 수 있느냐고 대리점에 문의했더니

외부 메모리 카드로 확장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했다.

그 휴대폰은 탈 없이 6년이나 사용했다

휴대폰 없이 지낼 수 없는 온라인 게임인이었기에

폰이 버벅대기 전에 미리 교체하기로 했다.

메모리가 부족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사용 중일 것이다.


메모리 용량이 넉넉한 새 폰으로 교체하려고 매장에 들렀는데

때마침 출시된 디자인이 맘에 들었다.

펼치면 바카라을 보는 듯한 폴더폰이었다.

게다가 앞면에 보조 화면이 더 있어서

급한 용무는 그 화면을 이용하면 된다.

그 폰은 거금 2백만 원이었는데 웬만한 노트북 값과 맞먹었다.

1년쯤 사용했더니 접는 부분에 자국이 생겼다.

화면을 볼 때마다 눈에 거슬렸다.

서비스 센터를 방문했더니

"어떻게 사용하셨어요?"라고 직원이 물었다.

폴더폰을 사용하려면 접었다 폈다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접는 부분이 들뜬 게 소비자의 과실 탓이라는 뉘앙스로 들렸다.


"거금을 주고 마련한 폰이에요. 겨우 1년 남짓 사용했는데."

라고 되받아쳤다.

"이거, 보호 필름을 뜯어봐야 하는데

그러다가 혹시 이상이 생겨도 괜찮겠습니까?"라고 직원이 물었다.

"수리하는 중에 내장된 데이터가 날아갈 수도 있는데

그래도 동의하시겠습니까?"라고도 했다.


동의하지 않으면 수리를 못 하는 것이고

동의하여 수리하던 중에 문제가 생기면

자기들 바카라임이 아니라는 프레임이었다.

이 폴더폰 제작자들은 접는 부분에 생길 문제점에 대해

충분한 검정 단계를 거쳤어야 했다.

수리비가 많이 나오려나?라는 걱정이 됐다.

우수한 내구성을 자랑하는 그 휴대폰은

침수 후에도 문제없이 작동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런 후에도 통화 성능은 물론 카메라 촬영, 인터넷 웹서핑 등

모든 앱이 정상 구동됐다고도 했다.

그래서 믿고 샀던 비싼 폰이었는데 보호 필름이 말썽을 부릴 줄이야.

다행히 수리비가 무상이랬다.


겨우 2년쯤 지났을까? 접는 부분 필름에 틈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다시 서비스 센터를 방문했다.


“이건 필름을 다시 붙일 수 없어요. 이 제품 이후에 출시된 것부터는

필름을 다시 붙일 수 있긴 합니다만,

이건, 폰이 틀어져서 안 됩니다.”라며 퇴짜를 놨다.


“그러면 이대로 그냥 쓰라고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이대로 사용하면 곧 액정이 상하겠네요.”

“그렇다고 봐야죠.”

“그렇다면 액정 수리비는 대략 얼마나 해요?

“약 65만 원 정도 됩니다.”

휴대폰 액정 교체비가 비싸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글씨를 입력하면 획이나 문장 부호가

그 찢어진 필름 자국 때문에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사진이나 그림을 볼 때도 영 불편하다.

사람들 앞에서 민망하여 폴더폰을 펼칠 수가 없다.

보호 필름이 찢어졌으니

조만간 액정이 망가지는 건 시간문제다.


궁여지바카라으로 폭넓은 투명 테이프를 구매하여 보호 필름 위에 붙였다.

우선 찢어진 부분으로 공기가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그야말로 보호 필름을 보호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액정이 망가지는 시한을 늘려보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런데 붙였던 투명 테이프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장자리부터 들뜨기 시작했다.

휴대폰 화면이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구질구질했다.

곰보 자국이 숱하게 얽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래서 폭넓은 투명 테이프를 다 뜯어내고 다시 그 자리에

보통 넓이 투명 테이프로 접는 부분에만 붙였다.

그랬더니 휴대폰 양면 중앙에 선이 그어져 있는 꼴이 됐다.

접는 부분에 찢어진 자국이 볼썽사나운 건 물론이었다.

비싼 폰으로 청승을 떨고 있는 중이다.


못 고치는 병이 없는 시대에

한낱 보호 필름을 수리하지 못하다니.

눈만 뜨면 보는 게 휴대폰인데 그럴 때마다 속이 상한다.

그런데 보통 넓이 투명 테이프마저 가장자리가 들뜨기는 마찬가지였다.


안 되면 아예 널따란 투명 테이프로

화면 전체에 붙여 아예 폰을 펼치지 않고

전면에 있는 보조 화면만 이용할 참이다.

아무튼 이 폴더폰이 망가질 때까지 사용할 생각이다.

그것은 내가 선택한 폴더폰에 대한 나의 예의다.


요즘은 휴대폰 사용이 삶의 일부처럼 됐다.

그러니 휴대폰이 말썽을 부리며 삶의 질이 확 떨어진다.


“거기 누구 없소?
저 좀 도와주세요~”라고
외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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