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내가 선택하지 않았는데도
내 삶이 되어버리는 것들이 있다.
태어난 가족도 그렇고,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성격도 그렇고,
어느 날 갑자기 떠맡게 된 바카라임도 그렇다.
어릴 때는 내 인생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삶에는 이미 주어진 것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된다.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의 정지안은
삼촌이 남긴 세계에 끌려 들어간다.
<대부>의 마이클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 세계로 들어가고,
<듄>의 폴은
태어나기 전부터 만들어진 운명과 마주한다.
세 사람 모두 처음부터
그 삶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살아남고, 선택하고, 버티는 동안
어느새 그것은 자신의 삶이 되어간다.
이번 글은 그들을 바라보며
조금 불편한 질문을 해보려 한다.
내가 지금 살아가는 삶은
어디까지 정말 나의 선택일까.
2026년 8월 세번째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대부>, <듄>
내가 선택하지 않은 삶을 살아야 한다면 - <킬러들의 쇼핑몰> 시즌2
살다 보면 가족 때문에 내 삶의 방향이 바뀌는 순간이 있다. 부모님의 사정 때문에 살던 곳을 옮기기도 하고,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면 하던 일을 멈추기도 한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이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선택들을 하게 된다. 물론 대부분은 내가 받아들이고 선택한 변화다. 힘들어도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감당한다.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전혀 알지 못했던 가족의 과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면 어떨까.
<킬러들의 쇼핑몰>의 정지안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삼촌 정진만이 남긴 비밀을 알아가는 이야기처럼 보였다. 평범하다고 생각했던 삼촌이 사실은 전혀 다른 세계에서 살아온 사람이었고, 그가 남긴 것들이 하나둘 지안의 삶으로 밀려 들어온다. 문제는 그 세계가 지안이 원해서 들어간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안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알지도 못했던 사람들에게 쫓기고, 살아남기 위해 총을 들고, 죽지 않기 위해 누군가와 싸워야 한다.
"잘 들어, 정지안."
이 말을 들으면 묘한 감정이 생긴다. 정진만은 지안을 지키고 싶었다. 자신이 언제까지나 곁에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에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쳤고, 위험한 순간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려 했다. 그래서 그 말에는 삼촌의 사랑이 담겨 있다. 다정하게 안아주거나 괜찮다고 말하는 대신, 위험한 세상에서 혼자 살아남을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사람의 사랑. 어쩌면 정진만이 지안에게 줄 수 있었던 최선의 보호였을 것이다.
그런데 시즌2를 보면서는 그 말이 조금 슬프게 들렸다. 정진만이 지안을 지키려고 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결국 지안은 삼촌이 살아왔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더 깊숙이 들어간다. 이제 지안은 예전의 삶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평범하게 학교에 가고, 친구를 만나고, 취업을 고민하며 살아갈 수 있었던 삶. 그런 평범함이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조차 깨닫기 전에 지안은 그것을 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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