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는 왜 별것 아닌 말에도 웃게 될까 가족끼리는 왜 별것 아닌 말에도 웃게 될까 가족과 함께 어딘가를 갈 때면 목적지보다 가는 길이 더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여행을 가거나 특별한 장소에 가서 찍은 사진은 오래 남는다. 어디를 갔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봤는지도 기억한다. 그런데 시간이 꽤 지난 뒤 가족끼리 다시 꺼내는 이야기는 의외로 그런 것들이 아닐 때가 많다. “그때 차에서 그랬던 거 기억나?” 별것 아닌 말 한마디. 누군가의 실수. 그 순간에는 아무 의미도 없었던 작은 사건. 이상하게 그런 것들이 오래 남는다. 그날도 그랬다. 마미와 모모와 함께 차를 타고 나들이를 가고 있었다. 날씨도 좋았고 모처럼 함께 나가는 길이라 기분도 좋았다. “기분 좋지? 우리 모모!”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앞을 보니 자동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주말 나들이에서 자주 만나는 익숙한 풍경이었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생각보다 정체가 길었다. “왜 이렇게 막히지?” 마미가 내비게이션을 확인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차가 왜 막히나 했더니 사고 났구나. 2명 체포래. ” 잠깐 정적이 흘렀다. 나와 모모가 거의 동시에 마미를 바라봤다. “체포???”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두 명이 체포됐다니. 도대체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 싶었다. 나도 내비게이션을 다시 확인했다. 그리고 알았다. 체포가 아니었다. “응? 체포가 아니라 제보인데!!!” 그 순간 모모가 먼저 터졌다. 푸하하하. 한번 시작된 웃음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제보’를 ‘체포’라고 읽었을 뿐인데 그게 뭐가 그렇게 웃겼는지 모르겠다. 모모가 웃으니 나도 웃었고, 결국 마미까지 웃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 답답하게만 느껴졌던 교통 정체는 그대로였다. 차는 여전히 막혀 있었고 우리는 여전히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했다. 그런데 차 안의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가끔 그런 순간이 있다. 다른 사람이 들으면 “그게 그렇게 웃겨?”라고 할 만한 일인데 가족끼리는 한참을 웃게 되는 순간. 아마 웃긴 말 자체가 중요한 건 아닐 것이다. 오랫동안 함께 살아오면서 서로의 말투를 알고, 실수를 알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정을 짓는지까지 알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웃음이 아닐까. 그래서 가족끼리만 통하는 농담이 생긴다. 밖에서 설명하면 별로 재미가 없다. “그래서 제보를 체포라고 읽었어.” 이렇게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정말 그게 전부다. 그런데 그날 차 안에 있던 우리에게는 달랐다. 마미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체포’라고 말하던 목소리도 있었고, 나와 모모가 동시에 놀라 바라보던 순간도 있었고, 내가 휴대폰을 확인하고 ‘제보인데!’라고 말했을 때 모모가 터뜨린 웃음도 있었다. 그 모든 것이 합쳐져 하나의 기억이 됐다. 나는 요즘 이런 순간들을 자꾸 기록하고 싶어진다. 예전에는 특별한 날을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행을 가거나, 생일을 맞거나,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사진을 찍었다. 기록이라는 건 뭔가 기록할 만한 일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쌓일수록 오히려 반대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남겨두고 싶은 건 특별한 날보다 아무 일도 없었던 날일지도 모른다. 차가 막혔던 날. 말 한마디를 잘못 읽었던 날. 그 말 때문에 아이가 깔깔거리며 웃었던 날. 그리고 그 웃음 때문에 어른들도 덩달아 웃었던 날. 그때는 너무 흔해서 기억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했던 장면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가장 그리운 순간이 되기도 한다. 아이도 계속 자란다. 지금은 부모와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 이런 말 하나에도 웃지만, 언젠가는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질 것이다. 우리와 함께 나들이를 가는 일이 지금처럼 당연하지 않은 날도 올 것이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이런 순간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게 된다. 모모가 웃는 얼굴을 보고, 마미가 운전하며 웃는 모습을 보고, 그 사이에서 나도 같이 웃는다. 목적지에 조금 늦게 도착하면 어떤가. 그날 우리가 어디에 갔는지는 언젠가 희미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장면은 남을 것 같다. “우리 그때 제보를 체포라고 해서 엄청 웃었잖아.” 몇 년 뒤에도 그렇게 이야기하며 다시 한번 웃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차 안에서 한바탕 웃고 있던 시간. 집에는 함께 오지 못한 가족 하나가 있었다. 캔디. 아마 문밖에서 소리가 날 때마다 귀를 기울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언니 언제 와?’ 그 모습을 생각하면 또 웃음이 난다. 가족의 하루라는 건 대단한 사건들로 채워지는 게 아닌 것 같다. 누군가 말을 잘못하고, 누군가는 그걸 듣고 웃고, 집에서는 누군가 우리를 기다린다. 그렇게 별것 아닌 일들이 하나둘 쌓여 우리가 함께 살았던 시간이 된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이런 이야기를 남겨본다. 언젠가 지금의 시간이 그리워졌을 때 다시 펼쳐보기 위해서. 그때도 우리가 오늘처럼 웃을 수 있도록. 작지만 소중한, 우리들의 일상. 오늘도 그렇게 <레빗구미네>의 한 장면이 남았다.